2018년 전세보증금반화보증 월별 실적./HUG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연간금액 추이./HUG
-전세금 사수 위해 보증보험 상품 가입 늘어
#.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사는 임차인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약이 만료됐으나, 임대인으로부터 6개월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임대인이 '갭투자(시세차익을 노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로 집을 구매해 현금이 없었던 것. 결국 A씨 이후에 입주할 세입자를 구한 뒤에야 겨우 전세금을 받을 수 있었다.
#. 서울 중랑구에서 5000만원짜리 원룸 전세에 사는 B씨도 계약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임대인이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건물을 인수하면서 현금이 부족한 상태였다. 비교적 소액 보증금이라 마음 놓고 있었던 B씨는 결국 이사를 미루고 직접 세입자를 구하러 다니게 됐다.
지난해 갭투자 열풍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임대인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가운데, 역전세·깡통전세 현상까지 나타나 세입자(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영향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23일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금액은 지난 2015년 7221억원에서 2016년 5조1716억원, 2017년 9조4931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입자 수·가입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8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금액은 19조364억원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세 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갭투자 열풍의 후유증과 전셋값 하락이 맞물리면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공포가 확산된 영향이다.
지난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다수의 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갭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인 9·13 대책이 시행되면서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고,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
주택시장엔 전세금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 집값이나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든 '깡통전세' 등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을 비롯해 지방 곳곳에서 전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많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아파트 강제경매 중 임차인이 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88건으로 3분기만에 두 배 증가했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도 지난해 372건으로 1년 만에 10배가량 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갭투자, 깡통전세 등의 이유로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한 억울한 세입자들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찾고 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이다. 보증한도 이내에서 전세계약서상 전세보증금 전액을 보증받을 수 있다.
신규 전세 계약 시 잔금 지급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로부터 전세 계약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전까지 신청 가능하다. 가입대상 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다. 보증기간은 보증서 발급일로부터 전세 계약기간 만료 후 1개월까지다.
보증한도는 주택가격에서 선수위채권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가령 주택 가격이 10억원이고 선순위 채권이 5억원이면 보증한도는 5억원이 된다. 단독(다가구) 주택의 경우 보증신청인보다 앞 순위에 있는 선순위 전세보증금 내역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10억이고 은행 근저당권 5억, 먼저 들어간 전세 세입자들 보증금 합계 2억원일 경우 보증한도는 3억원이다.
보증은 선순위 채권이 주택 가격의 60% 이내일 경우, 다가구주택은 80% 이내일 경우 가능하다. 보증료율은 보증금액에 보증료율(아파트는 0.128%, 그 외 0.154%), 보증기간에 해당하는 일수/365를 곱하면 된다. 가령 다가구주택 1억 전세 24개월 계약시 1억원×0.154×730/365 해서 30만8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