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기자의 一問日答]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한반도 평화경제' 일자리·성장에 획기적 전환점 될 것"

개성공단, 모든 여건 맞을 때 방북하는 게 실효성 가장 클 것

공단 국제화, 기업들 자율성 제고, 각종 법·규정 정비 '절실'

대북사업은 모든 業 유망, 南선 사양산업도 北선 뜨는 산업

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大·中企 동반진출 시너지효과 제고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김승호 기자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와 종전선언을 위한 '빅 이벤트'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당장 오는 2월말 예고돼 있다. 그 다음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차례다.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으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자문위원 등의 역할을 하며 북한에 대한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봉현 박사(사진)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실현되면 그 다음 화두는 '경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를 '평화경제'라고 부른다.

한반도에 봄날이 오면 남과 북이 다양한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경제를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 진정한 평화경제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치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평화경제를 적극 추진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봉현 부연구소장을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서 만났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시설점검을 위해 방북을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정부가 허락하지 않았다. 어떻게 봐야하나

"정부도 (방북에 대해선)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기업인들이 방북을 하면 좋겠지만 한번 갔다오는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첫 방북을 계기로 또 방북하고 (공장을)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좀 늦어지더라도 모든 여건이 맞을 때 방북을 하는게 가장 실효성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개성공단의 문이 닫힌지도 벌써 3년이 다 돼간다. 현지에 있는 공장이나 시설 등의 상태가 어떤 수준이라고 짐작되나.

"여러 전언들을 종합해보면 나름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측이 설비를 떼어갔다는 등의 정황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3년간 방치해놓다보니 공장내 기계설비는 상당 부분 녹이 슬었을 것이다. 기업들이 당시 미처 갖고오지못해 남겨둔 원부자재는 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공단이 재개되면 기업들에겐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개성공단 재개까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선 2월 말로 예정된 북미간 2차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미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그리고 남북간 철도연결에 대한 제재를 우선적으로 면제해 줄 가능성이 있다. 이후 북한이 핵 리스트 제출, 핵 사찰 등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에 들어가면 공식적으로 제재 완화조치가 이어질 것이다. 모든 것이 단숨에 열릴 수는 없다.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등은 하나, 둘씩 점진적으로 풀어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공단 재개 후 임금 지급 방법도 당장 예전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선 현물로 지급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임금을 한꺼번에 주거나, 임금직불제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남북이)찾아야한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김승호 기자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것도 당장 필요하지만 열고 난 후엔 과거처럼 다시 닫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개성공단의 국제화다.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 일본기업, 미국기업 등이 개성공단에 같이 들어가 생산활동을 한다면 북한이나 우리나 마음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간도 충분하다. 1단계 일부가 개발됐지만 재개되면 2단계, 3단계까지 공단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존엔 중소기업들만 개성공단에 입주했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들어가고, 특히 중소기업이 다른 중소기업과, 또는 대기업 등과 손잡고 가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번 해 봤으니 개성공단이 본격적인 경제협력 재개를 위한 시발점이 되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앞으로 개성공단을 더욱 발전시키고 잘 활용해야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물론이다. 일단 기존에 들어갔던 125곳 기업의 빠른 정상화가 우선이다. 3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신속한 재교육도 필요하다. 당연히 은행 등 개성공단을 돕는 각종 입주기관들도 준비해야한다. 기존까지 개성공단 제품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대부분이었다. 이때문에 수익이 덜 났고, 공단 운영이 불안해 질 때마다 바이어 이탈이 되풀이됐다. (OEM이 아닌)독자적인 형태의 수출품을 개성에서 생산해야한다. 원산지 문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문제를 같이 풀어내고 (개성에서 만들어)바로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또 기업들의 자율성이 과거보다 더욱 많이 확보돼야하고, 각종 규정도 미흡한 것이 많이 수정하고 현실에 맞게 바꿔야한다."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놓고 일부에선 북한에 '퍼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각도 있었다. 어떻게 보나.

"왜 퍼주기냐.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을 퍼주기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중국의 공단에, 베트남의 공단에 우리 기업이 들어간 것도 퍼주기라고 봐야한다. 개성공단만 예로 들면 125개 중소기업이 입주했지만 이들 기업에 원부자재 등을 공급하는 국내 협력기업만 5000곳이 넘었다. 남쪽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돈을 그냥 주고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고 했으면 그건 퍼주기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북한에 들어가 성장을 했고, 일자리를 만들었다. 남북경협을 퍼주기라고 볼 수 없다. 손해가 나는 장사도 아니다."

-지난해부터 한반도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대기업들도 북한 진출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여건이 되면)중소기업들은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겠지만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룹의 강점을 갖고 어떻게 대북사업을 할 것이냐를 검토하고, 준비를 하는 단계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막상 시작한다고 해도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리스크와 사업성 등을 충분히 따져본 후 점진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김승호 기자

-북한은 대기업들에게도 분명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대북 사업을 리스크 관점에서 봤다면 이젠 상황이 다르다. 비핵화가 진행되고 북한이 개방된다면 새로운 투자처가 되기 때문에 대기업들에게는 분명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임금을 많이 줘야 300달러였는데 전 세계에서 그런 곳이 어디 있느냐. 바로 공장 짓고, 지하자원 개발하고, 물류 등의 수요가 풍부할 수 밖에 없다. 주택이나 도로 건설 등도 마찬가지다. 북한엔 자금이 넉넉하지 않지만 국제사회의 자본으로 얼마든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산업분야 중 어떤 것들이 대북사업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나.

"모든 산업이 다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남쪽에선 사양길로 접어든 산업이 북쪽에선 당장 필요한 산업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까지도 그렇다. 초기 단계의 산업부터 첨단산업까지 두루 기회가 될 수 있다. 인프라 분야가 대표적이다. 전력, 항만, 주택을 생각해 볼 수 있고 관광사업도 큰 기회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관광에서 큰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중국인들이 북한 관광객의 90% 가량을 차지하지만 향후 여기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철도, 도로, 물류도 큰 기회다. 경의선과 동해선만이라도 남북으로 연결되면 기차를 통한 물동량은 급증하고 우리 경제에 매우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다. 북한은 또 태양광 등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준비를 잘해서 (문이 열렸을 때)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사업을 우리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고,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도권을 누가 먼저 잡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그래서 당장 시작해야한다. 제재 때문에 못한다고 하지만 필요한 연구와 준비를 해야한다. 제2개성공단을 어디에 할 것인지, 관광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모두 계획을 갖고 있어야한다. A기업도, B기업도 플랜을 갖고 있어야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비핵화와 제재가 풀리고 시작하면 늦는다. 특히 중국은 겉으론 기업이 (북으로)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뒤에 정부가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림만 있지 '액션 플랜'은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정부도, 지자체도, 공기업도 모두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있어야한다.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단독으로 어려우면 주변국과 공동으로 접근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이같은 방법도 나쁘지 않다."

-컨트롤타워도 필요한가.

"분명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까지 실제 이뤄지면 올해 이슈는 분명 경제가 될 것이다. 제재 때문에 지금 준비하지 못한다면 그건 (앞으로도)안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현재 BH(청와대)도 있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기획재정부, 통일부 등이 두루 있는데 (가칭)'한반도신경제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이들을 잘 아우르고 속도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김승호 기자

-한반도의 평화가 현재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 경제는 기업투자가 줄고, 일자리가 감소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와 성장 등 여러 차원에서 획기적 전환점이 필요한 데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고, 철도가 연결되는 등 북한과의 경협이 우리 경제에 굉장하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경제는 심리적 측면이 강한데 기업들의 (침체된)심리를 깨울 수 있는 것도 대북경협이다. 투자가 서서히 이뤄지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우리 경제가 점프를 할 수 있는 이것이 바로 '평화경제'다."

-최근 들어선 잠시 소강상태로 비춰지지만 1년 전을 돌아보면 짧은 시간 동안 한반도에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가깝다기보단 여전히 멀게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도자가 돼 보질 않아서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김 위원장이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바통을 받았지만 체제가 점점 안정화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으로 보인다. 북한의 현재 상황이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40~50년간 국가를 통치한다고 생각하면 (김 위원장은)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오랜시간 분단 상태에 있다보니 남북간 인식차이가 너무 큰 것은 당연하다. 이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자주 왔다갔다해야한다. 그래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서로간에 대한)이해도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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