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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40) '나만 알고 싶은 산책길', 구로구 항동철길

지난 27일 '항동철길' 간이역 옆에서 토끼 역장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24시간 내내 누군가와 연결돼 있게 됐다. 'SNS 감옥'에 갇힌 셈이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건네는 친구들,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직장 상사에 치여 사람들은 사색할 시간을 잃어버렸다. 나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고요한 산책길인 '항동철길'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항동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과 부천시 옥길동 구간을 잇는 7km의 단선(1차선)으로 1959년 조성됐다. 과거 한국 최초의 비료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의 화물 운반철도로 이용됐다.

◆세상과 단절된 듯··· 조용한 철길

27일 항동철길을 방문한 시민이 반려견과 산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기찻길을 따라 겨울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지난 27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항동철길을 찾았다. 지하철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약 8분 정도 걸었다. 주택가 한켠에 곧게 뻗어 있는 낡은 철길 하나가 눈에 띄었다. 철길 오른쪽에는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왼쪽에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깔려 있었다.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철길을 걸으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이날 항동철길에 출사를 나온 시민 이정학(32) 씨는 "사진 찍는 게 취미라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서울에 이만큼 한적한 곳이 없다"며 "너무 조용해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머리를 식힐 수 있어 좋다"며 미소 지었다.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온 장택수(22) 씨는 "철도 오타쿠(마니아)인 친구를 따라왔다"며 "아스팔트길도 아니고 흙길도 아닌 이색적인 길이다. 철길에 자갈을 놓는 이유가 열차의 무게를 분산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도 오늘 처음 알게됐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13년 6월 철길에 인접해 있는 항동 푸른수목원이 문을 열면서 철길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구로구는 2016년 철길 구간 중 푸른수목원 후문부터 21세기 드림교회까지 450m를 정비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철길 주변의 울퉁불퉁한 바닥을 고르게 정비하고, 자갈과 야자매트를 깔았다"며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철길 주변을 무장애 지역으로 만들어 유모차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아슬아슬 위험한 철길

항동철길은 주택가 한켠에 곧게 뻗어 있다./ 김현정 기자



철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오류동에 사는 박승현(38) 씨는 "근처에 수목원도 있고 해서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라며 "동네 자랑거리가 생겨서 기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항동철길에서는 간이역 조형물을 만나볼 수 있다. 구로문화재단은 지역주민 모임인 '구로항아리', 예술감독 이민하와 간이역 전시물을 제작했다. 현판과 열차시간표, 지붕 밑에 걸린 그림 등 간이역의 모든 구성 요소를 갖췄다. 민트색 지붕이 인상적인 간이역에는 '항동철길역'이라는 현판이 붙었다. 옆에서는 토끼 역장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동네주민 임모(52) 씨는 "철길 때문에 사람 다니는 길이 좁다. 이 근처에 차도 잘 못 다닌다"며 "위험한데 왜 안 없애는지 모르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27일 폐철길이 아닌 항동철길 위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김현정 기자



철도 운영기관 코레일은 지난 2016년 철도안전법에 의거해 철길 근처 산책로는 위법이라며 구로구에 철거를 요구했다. 철도안전법 제48조에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항동철길은 폐철길이 아니다. 현재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1~2주에 한 번 정도 열차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철길 옆에 산책로를 조성하긴 했는데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주 이용하는 선로가 아니어서 수목원도 있고 해서 산책로를 만들어 이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려 했는데 국방부에서 '철길이어서 위험하니 산책로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이어 "코레일, 국방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구청에서 철길을 강제로 철거하기가 어렵다"며 "민원이 있어서 관련 기관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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