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약없는 전세금 반환

"독촉 받는 거 싫어하니까 전세금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세요."

계약 만료일에 맞춰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자 집주인의 반응이 황당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인터넷에 '전세금 받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피해 사례가 산더미였다. 그러나 구제는 없고 투쟁만 있었다.

임대인의 '전세금 반환 버티기'가 만연한 이유가 뭘까. 신속한 제재·처벌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임차인이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전세계약 만료일로부터 최소 1개월 전에 임대인에게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엔 시간·비용을 들여 싸우는 수밖에 없다.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방법은 복잡하다. 이사 후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아놔야 하고, 좀 더 명확히 법적 근거를 다지기 위해선 임대인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 계약해지를 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정 기일 안에 전세금을 받지 못했을 경우엔 소송을 이용한다.

3000만원 미만의 소액채권일 경우 소액심판을 통해 이행권고결정을 받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액일 경우 일반 민사소송 또는 지급명령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민사소송의 경우 소장을 작성해 법원에 접수하고,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한 뒤 서면을 작성한다. 이후 효력 있는 증거를 준비해 변론기일에 맞춰 출석해야 한다. 이 과정이 최소 1년 정도 걸리고, 부가적인 비용도 무시할 수 없어 실제 소송을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임대인들이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최근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9·13 대책 이후 집값 하락과 함께 전셋값이 빠르게 떨어지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직전 일주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전세금은 0.24% 떨어졌다. 전세금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깡통전세란 주택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하락으로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해 집을 샀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방식) 임대인들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잡기에만 급급한 정부가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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