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 부족한 십대들의 해방구 '러블리마켓' 가보니

10~20대 'Z세대' 겨냥 쇼핑플랫폼으로 인기 폭발

DDP서 행사, 5~6시간 기다려서야 입장 '인산인해'

수용인원 훌쩍 넘는 행사장안은 안전사고 우려도

주최측 플리팝, SNS에 "헛점 많아 죄송" 공개 사과

▲ 소셜벤처 플리팝이 운영하는 40회 '러블리마켓'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 DDP에서 열렸다. 행사장에는 10대 청소년등이 하루 종일 북적였다. /김승호 기자

"일요일 새벽에 나와 아침 7시반부터 줄을 서 결국 오후 3시서야 입장했어요.'(중학생 A씨)

"5시간 대기는 기본인것 같아요. 동생이랑 8시반부터 기다렸는데 겨우 오후 2시에 들어갔다 잠깐 구경하고 나왔습니다."(대학생 B씨)

"만족도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인 것 같습니다. 안심하고 모든 분들이 행복하게 왔다가는 러블리마켓이 되길바래요."(페이스북 댓글 C씨)

체감온도가 영하 12도였던 지난 10일 일요일 새벽부터 서울 동대문 DDP 주변에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소셜벤처인 플리팝이 운영하는 '러블리마켓'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DDP에서 열리면서 중학교·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청소년부터 대학생·직장인 등 20대까지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Z세대를 위한 쇼핑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러블리마켓의 주 타깃층은 실제 이날 현장에서 주로 눈에 띈 14세부터 24세까지다. 1995~2005년 사이에 출생한 Z세대는 2020년이 되면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기업들이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플리팝도 이처럼 Z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 이들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패션,액세서리, 뷰티 아이템, 소품 등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내기 위해 빅데이터 처리, 결제시스템 등 IT를 접목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비 공간인 '러블리마켓'을 본격 선보였다.

두 달에 한 번씩 서울을 포함해 주요 도시에서 열리며 이날로 40회째를 맞은 러블리마켓은 줄임말로는 '러마', 이를 찾는 고객은 '럽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6월 같은 장소인 DDP에서 개최된 34·35회 행사엔 이틀간 무려 4만여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주최측에 따르면 당시 이틀간 거래액만 약 2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이날 40회 행사도 오전 9시부터인 무료입장대기표 발급 시간보다 훨씬 이른 7~8시를 전후해 사람들이 곳곳에서 모여들더니 금세 줄의 끝을 찾기 쉽지 않는 풍경이 연출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사람이 많았을 땐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줄이 DDP 주변을 한바퀴 돌고도 남았다"면서 "입장시간을 확정한 뒤 집에 갔다 온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러마를 위해 이날 새벽 일찍 집을 나와 8시를 전후해 줄을 섰어도 4시간이 훌쩍 넘은 오후가 돼서야 행사장 안에 들어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는 지방에서 올라온 이도 눈에 띄었다.

▲ 러블리마켓에 입장하기 위한 10~20대 고객들이 10일 오후 3시께도 동대문 DDP 주변에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승호 기자

한 행사요원은 "30분에 500명씩, 1시간에 1000명씩을 행사장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지만 워낙 많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찍 온 분들도 불가피하게 입장시간이 뒤로 밀리고 있다"면서 "전날에도 1만명이 넘은 것 같은데 오늘도 고객들이 그 이상 찾아온 것 같다"고 전했다.

플리팝은 10시부터 입장이 가능한 대기표 발급을 9시부터 시작했다. 다만 스마트폰을 통해 현장 2㎞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줄을 서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대기표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행사장과 가까우면 더 빨리 접속이 된다는 이유로 청소년 등 수많은 사람들이 영하권의 날씨에 9시 전부터 길게 늘어서 휴대폰으로 접속되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10시 입장', '11시 입장' 등이 가능했지만 상당수는 9시 전에 줄을 서고도 입장 시간이 '오후 2시', '오후 3시'로 밀렸다.

전날엔 공짜 입장대기표 사본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이를 돈받고 판매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선의의 고객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특히 주최측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러마 행사가 열린 DDP 알림2관의 면적은 1547㎡(약 468평) 정도다. 운영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이 공간의 수용인원은 700명이다.

하지만 시간당 1000명씩으로 입장객을 제한했지만 빠져나오는 인원은 따로 관리하지 않아 행사장 내부는 수용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온종일 북적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알림2관은 지하2층에 위치해있어 자칫 화재가 났을 경우 연기 등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소화기는 따로 보이질 않았고, 벽면에 설치된 기존의 소화전이 전부였다.

한 네티즌은 러블리마켓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러마 전날 무료 티켓팅을 시간대별로 해서 헛걸음하지 않게하고 10~11시 입장객은 11시 10분에 모두 내보낸 후 다른 입장객을 들여보내는 등 규칙적인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주최측이 입장시스템이나 자체 결제시스템을 만들어 고객들을 위해 신경을 썼다고는 하지만 헛점이 곳곳에서 나타난 만큼 개선할 점이 많은 것 같다"면서 "특히 많은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안전사고에 대해선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러블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동대문 DDP 알림2관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김승호

플리팝측도 준비가 부족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플리팝은 10일 행사이후 자사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40회 러마에 많은 사람이 올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입장권 발급 시스템도 고객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허점이 많았던 만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플리팝은 전날에도 캡쳐된 입장권이 돌아다닌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내일(10일)은 정말 불편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쓰겠다. 실망을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행사장에서 물건을 판매한 한 셀러는 "플리팝도 이번 일을 계기로 마켓에 오시는 고객님들한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중학생 딸과 함께 러마를 찾은 한 주부는 "우리 아이들이 놀 곳이 많지 않다보니 인터넷이나 친구들에게 소문을 듣고 이런 곳에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면서 "아이들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러블리마켓 행사가 열린 DDP 알림2관에는 4개의 소화전에 각각 소화기 2개, 기타 2개의 소화기 등 총 10개의 소화기가 배치돼 있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다"면서 "행사를 여는 주최측에는 전기공사업등록증, 보험 등을 확인했고 행사장 내외부에도 20명 이상의 운영 스탭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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