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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41) 한성백제 역사 간직한 송파구 '몽촌토성'

몽촌토성 역사관에 전시된 소뼈로 만든 뼈갑옷은 몽촌토성 발굴 과정에서 출토됐다./ 김현정 기자



고구려 동명왕의 셋째 아들 온조는 기원전 18년 한강 남쪽에 정착해 한성(서울)백제 시대를 열었다. 한성백제는 백제가 475년 웅진(공주)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 하남위례성을 도읍으로 하던 초기 백제 시대를 일컫는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백제의 전기 수도인 하남위례성의 위치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88올림픽을 전후로 공원 정비를 위한 발굴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초기 백제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서울대학교에 송파구 일대 부지에 대한 발굴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를 통해 성벽과 외성, 목책과 해자 등이 확인됐다. 동전무늬토기를 포함해 금동제 허리띠장식, 말 족쇄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세발토기, 굽다리 접시 등 백제의 특징을 드러내는 그릇이 많이 발견됐다.

당시 몽촌토성 발굴 현장 책임자였던 임영진 전남대 교수는 "한국 고고학계는 3~5세기 백제유물의 특징을 잘 알지 못한 상태였는데, 1980년대 몽촌토성과 석촌동고분군을 발굴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백제 한성기 물질문화 특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제 유물이 대량으로 발굴되자 역사·고고학계에서는 몽촌토성이 백제 왕성일 것이라는 설이 힘을 얻게됐다. 그러나 1997년 풍납토성 발굴이 진행되면서 백제왕성에 대한 학계 정설이 뒤집혔다. 풍납토성에서 제사시설터와 왕궁 우물인 어정(御井)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을 각각 백제 한성의 남성과 북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한성의 북성이 함락되자 남성에 있던 백제 개로왕이 급히 성을 빠져나와 도망치다가 고구려군에 붙잡혀 죽었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평상시에는 풍납토성에서, 전쟁 등 유사시에는 몽촌토성이 왕성의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백제 전성기를 만나다

지난 10일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몽촌토성 산책길을 걷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0일 찬란했던 초기 백제시대를 만나기 위해 몽촌토성을 찾았다. 야산의 지형을 활용해 만든 백제시대 토성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몽촌토성은 남한산에서 뻗어내린 자연 구릉을 이용해 만든 토성이다. 선조들은 구릉이 낮거나 끊긴 곳에만 점토를 쌓아 올려 성을 만들었다. 성벽 전체 길이는 약 2.38km이며, 높이는 6~40m로 지점마다 다르다.

동남쪽에서 흘러내려온 성내천이 동쪽과 북쪽, 서쪽 성벽을 감싸고 돌아 해자 역할을 했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연못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에는 몽촌역사관이 들어서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몽촌토성을 방문한 이지연(24) 씨는 "올림픽공원에 나홀로나무가 있다고 해서 친구랑 한번 와 봤다"면서 "여기가 초기 백제 때 수도인지도 몰랐고, 몽촌토성이 수도를 지키기 위한 성인지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송파구 주민 김태형(45) 씨는 "산책로가 워낙 잘 되어 있어 가족들과 운동할 겸 해서 자주 나온다"며 "그냥 평범한 동네 언덕처럼 보여서 그런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인지 몰랐다"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송파구는 지난 2017년 총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몽촌토성 탐방로를 정비했다. 상부구간과 하부구간 연결 탐방로의 나무계단 6곳을 데크 계단으로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정비를 실시했다.

당시 구 관계자는 "이번 공사를 통해 사적지인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위상을 드높이고, 몽촌토성을 찾는 구민들이 문화재의 소중함과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에 자리한 몽촌토성의 문화재적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토끼·두더지 공격 받는 문화재

지난 10일 몽촌토성 탐방로에서 발견된 토끼 2마리. 사람들이 내다버린 애완용 토끼는 몽촌토성에 굴을 파 문화재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었다./ 김현정 기자



사람들의 무관심 외에 더 큰 문제점도 발견됐다. 문화재가 토끼와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몽촌토성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꺄악~' 소리가 들려 근처로 가봤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핸드폰 카메라로 무엇인가를 찍고 있었다. 털이 복슬복슬한 토끼 두 마리였다. 옆에는 경고문도 붙어 있었다.

푯말에는 "애완용 토끼는 자연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몽촌토성에 굴을 파서 문화재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애완용 토끼를 방사하거나 먹이를 주고 키우는 행위를 삼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10일 몽촌토성 일대에서는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애완동물은 문화재를 망치는 주범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언덕 한 가운데에는 두더지 퇴치기도 설치돼 있었다. 진동을 발생시켜 두더지를 내쫓는 장비였다. 2000년 왕도 서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줄 문화재를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한편, 현재 몽촌토성 일대에서는 20년 넘게 문화재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몽촌토성에서는 당시 백제왕도가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세웠다는 근거가 되는 유적이 발굴됐다.

한성백제박물관 관계자는 "2천년 전 왕도 서울의 백제 역사 복원과 조명을 위해 장기적인 발굴조사 계획을 마련하고 연차적으로 지속적 연구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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