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가 오는 28일 코스피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올해 첫 코스피 상장사이자 상반기 최대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상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상장의 성공여부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승계 방식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어서다.
◆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오는 13, 1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4만원~4만4000원)를 결정하고 19, 20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 규모는 1404억~1544억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공모가는 비교기업(삼성SDS, 포스코ICT, 롯데정보통신, 신세계I&C)의 평균 PER인 24.04배에서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했다. 현재 공모가 기준 PER은 16.09배~17.7배 수준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정보기술(IT) 전문기업이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육성에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현대차그룹 엔터프라이즈IT사업부장인 오일석 상무를 전무로 승진 발령하고,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그룹사가 현대오토에버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 승계 '실탄'
이번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현대오토에버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공모는 신주 모집(34만7580주)과 구주매출(316만2420주)로 진행된다. 총 공모주(351만주)의 90%가 구주매출인 셈이다.
이 중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만주를 갖고 있다. 전체 구주매출의 63.6%다.
현대오토에버 공모가가 최상단에서 결정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총 884억40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향후 경영권 승계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매입"이라며 "여기에 드는 자금은 총 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이 추산한 정의선 부회장의 현재 추정 가용자금은 2조8686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현대오토에버의 구주 매출을 통한 자금확보가 이뤄지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마련할 수 있다.
또 현대오토에버 상장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23.29%)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비판 속에서 좌초됐다는 점에서 합병을 통한 현대글로비스 가치 상승이 현대모비스 합병 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 그룹사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구주 매출이 있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현대모비스와 합병 가능성 등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긍정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토에버는 2000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로, 2017년 기준 매출 1조4734억원, 영업이익 729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