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상한 나라의 전세제도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예요."

최근 불거진 '역전세', '깡통전세' 현상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해법·조언 등을 구할 때면 종종 돌아오는 대답이다.

우리나라에선 주택 거래 유형이 크게 매매, 전세, 월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전세와 월세는 '렌트(rent)'의 개념이다. 매매값의 절반 수준 정도를 전세보증금으로 내면 일정 계약기간 집을 빌려 쓸 수 있고, 계약이 만료되는 날 임대인으로부터 다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제도를 '획기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 때 건설경기 부흥을 위해 도입돼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세입자는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순(順)기능'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맹점도 크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벌어진 수많은 피해들이 대표적이 예다. 최근엔 전세보증금 보증 보험 등 임차인 보호 제도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전세 계약 만료일에 임대인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돈을 받아내는 법적 제도가 전무하다. 전세금을 받으려면 긴 싸움에 거쳐 법정 싸움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피해사례가 있다.

주택 투기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세를 끼워 집을 사(갭투자)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웃돈을 붙여 파는 식이다. 최근 발생한 역전세난도 갭투자 등에서 비롯된 현상 중 하나다. 주택 시장에선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집 사면 등신'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저금리에 주택 가격이 치솟자 갭투자자들이 늘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다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전세 물량이 많아지자 임대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전세보증금 마련하지 못해 곳곳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는 집주인이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셋값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07% 하락, 14주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신규 분양가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 집값은 아주 천천히 조정될 뿐 여전히 수억원대서 요지부동이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역전세 현상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세 제도의 근본적 맹점을 손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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