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미술, 때와 장소 가려야

"역이 깨끗해지고 동선이 편리해진 건 좋은데, 여기가 미술관이라는 건 좀···"

지난 14일 녹사평역에서 만난 한 시민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날 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녹사평역에 지하예술정원을 조성, 시민에게 공개했다. 시는 "단순히 지하철역에 미술작품을 추가한 것이 아닌 텅 빈 지하철역 공간 활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새로운 시도"라며 "미술작품이 기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역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자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했다.

시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역은 역일 뿐, 미술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미술 사업은 왜 시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문득 '1억4000만원 짜리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철거된 조형물 '슈즈트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슈즈트리는 서울로7017 개장 기념 조형물이다. 작가는 3만켤레의 헌신발을 이용해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작품을 만들었다. 슈즈트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발냄새가 여기까지 난다', '쓰레기더미 같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 결국 작품은 9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서울시가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한강공원에 설치한 '괴물' 동상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모든 공공미술이 비난을 받는 건 아니다. 2014년 잠실 석촌호수에 띄워진 1t짜리 초대형 노란 고무오리는 한 달 만에 500만명의 사람을 끌어모으며 대흥행을 거뒀다. 순수한 동심을 환기하고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의도는 적중했다. 신문로에 설치된 '해머링 맨'(망치질하는 사람)도 노동의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약 20년 동안 같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공공미술은 티피오(TPO)에 맞게 설치돼야 한다. 때와 장소, 상황을 가린 미술은 외면당하지 않고 시민과 호흡한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카우스는 "나는 대중과의 소통,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의 예술이 아니라 대중에게 항상 생생하게 다가오는 예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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