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항공사 황제경영의 민낯

진(秦)의 시황제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황제'라는 작위 명을 최초로 사용한 인물이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권력을 잡은 뒤 강력한 군사력으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었지만 말년에는 전형적인 암군의 모습을 드러냈다.

역사학자들은 진시황의 실책 중 하나로 후계자 결정을 거론한다. 그는 아무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들 '호해'를 2세 황제로 지명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지만 시황제가 후계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호해는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로 사치를 즐기는 인물이었다. 시황제의 뒤를 이은 그는 간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폭정을 펼쳤고 그 결과 진나라는 3대 만에 멸망하게 되었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속담이 있듯 단명한 진나라를 떠올리면 경영세습으로 잡음을 내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모습이 보인다.

항공업계 거물인 조양호 회장 부자의 최근 행보는 세습경영의 '안 좋은 예'로 거론하기에 충분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7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사퇴를 선언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황제보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박 회장은 2017년 9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때 책정된 퇴직금 21억9400만원을 지난해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퇴직금 논란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지난해 두 회사에서 받은 연봉은 14억2300만원으로 알려졌다. 근무 기간, 직급별 지급 배수 등을 고려하면 규정에 따른 퇴직금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사퇴한 박 회장의 뒤를 누가 이을지는 모르겠지만 능력과 인성이 검증된 이가 그 자리에 앉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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