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은 '번호표'를 잡을 수 있을까

▲ /안상미 기자

"니가 형사야? 금감원 직원이면 앉아서 모니터나 볼 것이지. 왜 멀쩡한 사람한테 와가지고 범죄자 취급인데."

영화 '돈'의 한 장면이다. 주식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이 자신의 뒤를 쫓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조사국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에게 소리친다.

한지철은 한 번 물기 시작하면 놓지 않는다 해서 '사냥개'로 불린다. 증시에서 전설적인 작전 세력인 '번호표(유지태)'를 잡기 위해 조일현 등 관련 인물을 감시하고, 통화내역을 들여다고 보고 윽박지른다. 실제보다는 영화적 허구를 많이 더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었다.

조일현이 "영장있어요? 영장없죠? 거기 감독만 하는 데니까 영장 없잖아요. 그럼 뭐 경찰이랑 같이 오시던가"라고 반박하는데 한지철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사실 금감원 직원도 경찰 처럼 수사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하다. 바로 특별사법경찰 제도다. 금감원 직원도 지난 2015년 8월 특사경 추천 대상에 포함됐지만 아직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지철은 말한다. "난 그냥 니들이 싫어. 니들이 하는 짓이 도둑질이나 사기랑 뭐가 다른데. 일한 만큼만 벌어." 싫어도 현실적으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지철 역시 금감원이 아닌 검찰로 파견돼서야 작전 세력을 잡을 수 있게 되지만 앞으로는 금감원 직원이 '번호표'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특사경 제도 운영과 관련해 업무 관련 정보차단장치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규정을 예고했다. 특사경으로 지명되는 금감원 직원은 주식시장의 시세조종(주가조작)·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에서 통신기록 조회, 압수수색 등을 활용한 강제수사를 벌일 수 있다.

금감원은 규정 변경 등을 거쳐 특사경으로 추천할 직원 10명의 명단을 금융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번호표'를 잡을 특사경은 빠르면 다음달 출범할 예정이다. 특사경의 활약이 자본시장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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