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왕관의 무게

▲ 김재웅 기자

신라시대 금관 무게는 약 1㎏ 정도다. 군용 방탄모 수준으로, 예상보다 많이 무겁지는 않다.

그러나 금관이 왕을 행복하게 했을지는 의문이다. 머리에 1㎏을 얹고 매일을 살다가는 거추장 스러움은 물론이고 목 디스크 등 만성 질환까지 감수해야 한다. 세상을 갖는 대가로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왕은 흔히 대기업 총수로 비유된다. 한 나라를 손에 쥐지는 못하지만,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가족들간 공동 경영 체제도 마련하고, 경영권 대물림도 당연시됐다.

왕의 머리를 짓누르는 왕관도 있다. 급격히 발달한 매스미디어와 사람들의 눈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서도 존재가 눈에 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숨어 있어도 누군가에게 알려지기 마련이다.

재계 세대교체가 활발해지는 요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예상보다 늦춰지는 기업을 향해서는 "회장님이 되기 싫은 것은 아닐까"라는 농담도 나온다.

최근 부와 명예보다 개인 행복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젊은 총수를 보는 시선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그저 동경이었다면, 이제는 동정 여론도 꽤 늘었다.

총수의 갑작스런 부재로 경영권 분쟁 중인 모기업 임직원 일부는 2세의 상속을 지지하는 경우도 생겼다. 오너가 문제를 일으키긴 하지만, 진짜 회사를 위해 희생할 사람도 오너와 가족들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권 상속이 필요악으로 인식되는 시대다. 재벌가는 부와 명예를 위해, 사람들은 안정적인 경제를 위해서다. 재계와 정치계가 치열하게 갈등 중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행복만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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