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반대 많은 '낙태죄 폐지'… 보수-진보 합의 가능할까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연속세미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 낙태죄 불합치 결정… 2020년까지 대안 마련 요청

미국 정치권도 논쟁 커져… 트럼프 "일부 제외하고 반대"

낙태죄 폐지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가 보수-진보를 아우를 만한 입법안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론을 폭넓게 수렴한 입법 절차를 마련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아직까지 당론 차원의 입법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낙태죄 폐지 관련 입법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진보권은 22일 국회입법사무처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논의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선 낙태 허용 임신주 수와 의사·임산부 처벌이 없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발표·토론자 대부분 보수권 기조와는 다른 의견을 냈다.

1945년 제정한 '낙태의 죄'는 성폭력이나 근친상간, 건강상 위험 등 예외적 사유에 한해 임신 6개월(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낙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재 낙태죄가 없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달 11일 낙태 여성과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렵법을 정비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임부의 자시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재 결정 사유다.

정의당에선 이정미 대표가 지난달 15일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로 냈다. 헌재 결정 후 처음 나온 법안이지만, 발의 의원 정족수 10명을 겨우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가톨릭 신자로서 굉장히 많은 고뇌가 있었다"고 소회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은 임신 14주까지는 임산부의 요청만으로, 14~22주까지는 태아의 건강 상태나 사회·경제적 사유로 중정 수술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또 불법 임신중단에 대한 처벌 조항은 강화했다. 임산부 승낙 없이 수술해 상해를 입힌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서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사망하게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늘렸다. 또 '낙태'라는 단어는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로 바꾼다.

배우자 동의 없이 수술도 가능하도록 한다.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경우에만 임신중절이 가능했던 기존 조항을 실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성폭력범죄 행위로 인해 임신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바꾸는 것도 주 내용이다. 해당 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종교계 등은 여전히 낙태죄 폐지 반대는 물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합법 낙태는 3787건, 불법 낙태는 연간 5만 건 정도다. 낙태를 야기한 남성까지 처벌하는 등 규제 강화로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엄정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한국시간) SNS에서 "나는 강력하게 낙태를 반대한다"면서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앨라배마 낙태 금지법'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이 법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동시에 낙태 반대론자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낙태죄를 둔 정치권 논쟁은 미국에서도 뜨겁다. 동성애 문제와 함께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대표적 정치 사안으로,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보수성향 주의회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논쟁이 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낙태를 반대한다"고 알리면서 정치권에선 낙태 논쟁이 불 붙었다.

국내에선 한국당이 낙태 반대 입장을 견지한다. 보수정당인 것에서 나아가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등이 낙태죄 폐지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할 경우 종교계와 보수파의 결집 효과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국회가 보수-진보 모두 만족할 만한 낙태죄 폐지 대책 법안을 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가 지난 7일 조지아 주도 애틀랜타에서 배아 심박감지 시점부터 낙태(임신중단) 시술을 금지하도록 한 새 주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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