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르노삼성 노조 멀리보고 크게 생각해야

지난 2000년 9월 르노사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르노삼성 노사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으면서 당장 앞으로 생존 여부까지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2018년 임단협을 둘러싸고 첫 상견례 이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파업(62차례, 2800억원 손실 추정)으로 내수시장에서도, 글로벌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SM6, QM6 등 신차 출시로 한 때 98%에 이르던 부산공장 가동률도 50%대가 무너지기 직전에 놓였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부산·경남 지역의 르노삼성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일부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르노 본사에서도 노사 갈등 지속으로 안정적인 물량 생산이 불가피할 것을 예상하고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르노 본사가 유럽 수출물량 생산지를 기존 부산공장에서 스페인으로 선회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임단협이 장기화되자 르노삼성은 오는 9월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의 추가 물량 배정을 받지 못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10월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로그는 현재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효자' 상품이다. 르노삼성은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해서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녹록치 않다.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 가동률, 효율성 등을 이유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해외 물량을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신차 배정을 위한 요건이 임단협 타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해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이 '생산 절벽'을 이유로 부산공장의 추가적인 가동 중단 방침을 알리자 노조는 27일 천막농성과 지명파업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또 노조는 생산성 향상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영과제가 된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노사가 한 발씩 물러나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는 점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신차 물량 배정이 무산되고, 지속적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현재 수출물량까지 줄어든다면 부산공장 가동률이 3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GM 본사가 20%대의 가동률을 기록한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것처럼 르노 본사도 노사간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부산공장에 대한 최악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군산공장 1800명에 달하는 공장 직원이 한순간에 뿔뿔이 흩어진 만큼 부산공장 직원 2000여명의 운명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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