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휘종의 잠시쉼표] 삼바사태의 본질

2018년 6월부터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이 1년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여러가지 의혹만 무성하게 제기되면서 묘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분식회계란 주장이 설득력을 잃자 최근엔 '증거인멸'에 '대출사기'란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그동안 수사당국은 2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임직원 수백명에 대한 검찰 조사를 벌여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마치 거대한 '범죄집단'이 된 것 같다.

삼바 사태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한 것이 적법이냐, 불법이냐에 대한 문제다. 적법이냐 불법이냐에 따라 분식회계냐 아니냐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다수의 회계법인이나 단체, 학계 등에서 '원칙주의 회계방식'에 입각해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삼바는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을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바뀌었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문재인 정부의 요직에 대거 포진하면서, 2016년 12월에 제기됐던 참여연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을 잡은 이들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수사기관을 총동원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을 뒤졌다.

그러는 사이 검찰은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을 구속시켰다. 사실상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수사 중인 사안을 언론에 흘리며 "삼성은 분식회계를 저지른 범죄집단"이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런데 법원의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고법 행정4부는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징계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본안 재판의 1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1심에서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 측 주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삼바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삼바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저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삼성의 해체까지도 주장한다. 분식회계냐 아니냐는 경영권 승계 저지를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20여년 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도 경영권 승계 저지를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2009년 이건희 회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면서 종결됐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저지하겠다는 목적은 꺾지 못했다. 삼바 사태가 최근 대출사기, 증거인멸,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주장 등으로 확산되는 것도 결국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저지가 목적이다.

이미 삼바의 분식회계를 기정사실화한 이들에게 회계사나 회계학자들이 아무리 "분식회계가 아니다" "국제회계기준(IFRS) 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얘기해봐야 소귀에 경읽기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무려 13년을 끌었다. 이번 삼바 분식회계 주장도 결론이 대충 짐작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끌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진을 뺀 뒤 끝날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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