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0>햇살을 마시다…'더힐트'

▲ 안상미 기자

"마치 햇살을 마시는 것 같다."

미국 와이너리 '더 힐트'의 맷 디즈 와인메이커가 지난 27일 한국을 방문해 '더 힐트 이스테이트 샤도네이'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 말이다. 감전된 듯 찌릿하게 돌진하는 산미에, 따스한 햇살같은 크림 질감이 이어지더니 해풍이 주고 간 염분의 느낌도 그대로 살아 있다. 실제 맛보고 나니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은 없을 듯 했다.

▲ 한국을 방문한 맷 디즈 더힐트 와인메이커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와인애호가라고 해도 더힐트는 다소 생소하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소유주가 세계 최정상 컬트 와인 '스크리밍 이글'과 같다고 하면 다들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겠다.

더힐트 역시 다른 차원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지만 생산량은 샤도네이의 경우 1300케이스(1만5000병) 안팎에 불과하다. 와이너리 이름 '힐트(hilt)'는 칼의 손잡이를 뜻한다. 끝장을 본다는 생각으로 포도 재배는 물론 와인메이킹도 철저히 완벽하게 하자는 뜻에서 '더 힐트'로 이름을 지었다.

더힐트의 포도밭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도 해안에서 불과 13마일 떨어진 '란쵸 살시푸에데스(Rancho Salsipuedes)'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어로 '벗어날 수 있으면 벗어나라'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기는 힘들 정도로 척박한 토양에 바람은 매섭다. 전 세계 피노누아, 샤도네이 산지 중 가장 추운 곳이다. 포도 소출량도 극히 적다.

그런데 와인을 만들기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곳이다. 척박한 환경을 견디며 땅속 깊이 뿌리 내린 포도나무들은 그 땅의 정체성과 깊이를 모두 드러낼 수 있게 됐다.

▲ (왼쪽부터)더 힐트 이스테이트 샤도네이, 더 힐트 이스테이트 피노누아

'더 힐트 이스테이트 샤도네이 2016'은 산타바바라의 샤도네이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전기의 찌릿함을 닮은 산도에 풍미는 부드럽고, 여운은 길다. 해풍의 염분과 함께 부싯돌같은 미네랄 느낌도 선명하다. 맷은 "이 와인은 마법과 같다"며 "마시는 순간 바로 샤도네이가 자란 포도밭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힐트 이스테이트 피노누아 2016'은 한 마디로 섹시하다.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섹시함이다.

이 와인을 잔에 따르자 마자 넘쳐나는 향에 놀란다. 블랙 베리, 블랙 페퍼, 체리는 물론 그린 계열과 신선한 흙 내음이 봉인이 해제된 듯 밀려온다.

한 모금 입 안에 담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농축된 풍미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검은 과실의 맛에 부드러운 복합미가 정교하다. 구조감있는 타닌은 긴 숙성도 가능하다.

맷 와인메이커는 " '더 힐트 이스테이트 피노누아 2016'의 타닌은 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을 남기고 떠나가며 와인 한 모금, 음식을 한 번 더 먹게 하는 존재"라며 "향신료 느낌도 충분히 한국의 매운 육류와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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