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능과 키높이 의자

[기자수첩] 수능과 키높이 의자

▲ 정책사회부 한용수 기자

수능 시험장에서 땀을 흘리는 이는 수험생 말고도 이들이 공정하게 시험을 치르도록 돕는 수능 시험 감독관도 있다.

이들은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아 시험장 앞뒤에 두 명씩 배치된다. 수능 시험 감독관 유의사항을 보면 '감독관은 교실에서 정위치에 정자세로 서서 감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감독관들은 수학영역의 경우 100분을, 다른 과목까지 합쳐 3~4차례 꼿꼿이 서서 시험감독을 맡고 있다. 400분 내외 시간동안 정위치로 시험감독을 하다보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는게 교사들의 얘기다.

거의 매년 수능 감독관 중 쓰러지는 사고도 발생한다. 지난해엔 경기도 군포에서 수능 감독관이 쓰러져 급히 다른 감독관으로 교체된 일도 있다고 한다.

이 단체가 지난해 전국의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으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과도한 심리적 부담'과 '체력적 부담'이 각각 71.8%, 71.5%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시험감독관이 앉을 키높이 의자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험감독관 관리 업무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맡고 있는데, 교사들의 이런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는게 이들 교사의 주장이다.

교사들은 교육부 주무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답변조차 없어 30일부터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그 결과를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 단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용서 교사는 "수능시험 감독을 맡은 교사 중 다리가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교사에게 수능 감독은 육체적 고문과 마찬가지"라며 "답변조차 없는걸 보면 교원을 배려하는 자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감독관이 2교시 이내로 업무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안내하고 있으나, 교육청별 사정에 따라 3~4교시를 맡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키높이의자도 검토했으나, 수능의 공정한 시행상 다수의 시도교육청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키높이의자보다는 수능 감독관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시험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를 제공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국가적인 관심사인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투입되는 교사들의 소박하지만 절실한 요청인만큼 교육부의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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