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엇이 갑이고 무엇이 을인가요?

"직원이 휴가계를 낼 때 궁금해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그 직원 입장에선 직장 상사가 이렇게 물어보는 게 사생활 침해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만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직원들을 대하는 것에 대해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기도 하고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요즘엔 말만 조금 잘못해도 바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때문에 심지어 업무적으로 실수가 있어 지적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 본인의 손해인데, 괜한 구설과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 굳이 말을 해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임원뿐만이 아니다. 많은 직장 상사들이 비슷한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상사로서 마땅히 지적해야 할 것을 말해줘도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일컫는 '갑질'의 반대말로 '을질'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물론 이런 단어들은 일부 몰지각한 상사들이 있었기에 나왔다. 예컨대 직원이 휴가를 쓰겠다고 할 때 단순한 질문을 넘어서 "여행 누구랑 가? 애인이랑 가? 애인은 좋겠다" 같이 도를 넘은 말을 내뱉는 사람들 때문이다. 누군가 하는 말이 나를 생각해주는 올바른 지적인지 그냥 트집을 잡는 등 부적절한 발언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랫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개념 없는 상사가 이렇게 많은가 싶지만, 본인이 잘못한 부분이 분명한데도 갑질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정말 많다. 일례로 IT 대기업에 다니는 A는 자율출퇴근제인 회사에 다니지만 어느 날 점심시간 이후까지도 출근을 못했다. 상사가 "왜 안나오느냐"고 묻자 관심이 싫었던 A는 "연차를 쓰겠다"는 답을 하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냥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다 싫은 것이다.

이런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 중 가족보다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 동료인데 괴롭히거나 험담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예의와 의무를 지키면서 위아래에 상관없이 비판은 받아들이고 비난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갑질, 을질 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는 문화를 꿈꿔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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