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제까지 게임이 숨어야 하나요?"

"게임이 숨기만 해서 되나요. 이럴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보려구요."

최근 기자와 만난 게임업계 홍보 관계자의 자조어린 목소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하며, 게임 업계가 한바탕 술렁였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한창 신작 고삐를 당겨야 하는데, 게임 질병코드 도입 이슈에 신작 이슈 또한 수면 아래 가라앉고 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학계, 협·단체들 또한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토론회와 성명을 내며 게임 산업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출범했다. 협회·단체 56개와 경희대·중앙대 등 대학 관련 학과 33개가 모였다. 출범식은 검은 양복, 영정 등이 등장해 장례식을 방불케 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그만큼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퍼포먼스다.

실제 WHO의 결정 이후 국내 게임 업계의 고민은 크다. 그간 셧다운제, 게임 결제한도 제한 등 규제에 갇혀 왔던 게임 산업이 침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쌓아온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또한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59억2300만달러(약 6조698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질병코드화가 시행될 경우 향후 3년 간 3조8214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매출의 경제적 위축효과는 같은 기간 6조34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크게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자녀들의 게임 과몰입을 걱정하는 부모 세대와 게임을 놀이로 인식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세대 간의 간극도 크다. 게임 종사자를 비롯해 질병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시적으로 게임에 흥미를 느껴 몰입한 학생들도 '게임 중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학계에서는 청소년기에 특정 콘텐츠나 대상에 몰입하는 것을 정상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더구나 게임 과용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소이감, 과다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 심리적 성장 과정의 불안정성 등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한다. WHO가 제시한 진단기준은 2025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6~7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게임이 더욱 음지로 숨게 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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