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빠와 택배기사

누구나 들었을 법한 에피소드가 있다.

'띵동' 소리에 딸이 "누구세요?"하고 반가운 얼굴로 달려나간다.

그러자 문을 열고 "나야"하고 아빠가 들어오자 딸이 반색이 돼 "에이씨"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를 손꼽아 기다렸던 딸과, 택배기사에 앞서 집에 온 아빠 사이에 벌어진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풍경을 담아낸 이야기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택배상자는 총 25억개까지 늘어났다. 2015년 당시만해도 18억개 정도였던 물량이 온라인 쇼핑몰 등의 급성장과 관련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전날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에 집에 도착하는 익일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유통·택배업은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아빠보다는 택배기사를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됐다. 위의 웃픈 이야기가 남의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주부는 남편보다 택배기사가 더 친해졌다는 우스개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뷰로 만난 한 청년 택배기사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놓고 하대하지 말아달라. 깔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슬픈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한 단독주택 1층에 택배를 놓고 돌아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택배상자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당 고객집으로 직접 찾아가 잃어버렸다는 택배를 찾아다녔다. 그 순간 집 한 쪽에 뜯겨진 택배상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홈쇼핑에서 제법 비싼 제품을 주문한 고객이 물건만 챙기고 택배기사에게는 없어졌다고 거짓전화를 한 것이다.

기사는 자신이 물어줄 필요가 없어 안심하고 돌아섰지만 씁쓸한 마음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문제는 이런 '블랙컨슈머'가 적지 않다는 그의 말이다.

아빠에게도 택배기사와 같은 정도(?)의 반가움을 표해야겠지만 택배기사를 함부로 대하거나 낮추지 말아야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오늘 우리집에 찾아오는 택배기사는 누구에겐 아빠(엄마)이고, 누구에겐 아들(딸)이고, 누구에겐 남편(아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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