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동천시(賤視)특별시, 서울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유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서울시청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영화가 현실에 그대로 재현돼 있다.

"뼈 빠지게 일만 했다! 공무원은 더 이상 공무직을 무시하지 마라!" 서울시 공무직 노동자들은 오늘로 13일째 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무직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이 공무직 차별 금지, 20년 이상 근속자 명예퇴직 수당 지급, 인사관리위원회에 공무직 노조 추천인 포함 등을 뼈대로 하는 공무직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에서 일어나는 노조와 노조의 충돌은 을대을의 혈투가 벌어지는 영화 기생충 속 박 사장네 지하실을 떠올리게 한다.

서공노는 조례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시민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며 반발한다. 사실일까. 시의회가 출장여비, 명예퇴직수당 등 3개 항목에 대해 비용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1년에 22억5000만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이는 올해 서울시 예산 35조7843억원의 0.00628% 밖에 되지 않는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가 지난 2018년 27억원을 쏟아 부어 만든 종로구 창신동 이음피움 박물관이 더 혈세 낭비다. 올 1월 서울시의 박물관 입장객 현황에 의하면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방문객 수는 일 평균 49.95명이다. 하루에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노동자 수는 2061명(2019년 4월 기준)이다. 박물관을 짓는데 든 돈보다 17% 적은 비용으로 공무직 2000여명의 노동권을 1년 내 보장할 수 있다.

굳이 숫자로 일일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약간의 사고 능력이 있다면 공무직들의 이러한 요구가 정당하지 못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서공노는 4일 "떼쓰면 다 되는가? 그것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축축 처지는 출근길, 시청 앞 광장에 빨주노초파남보 고운 빛깔의 꽃을 심어 당신을 기분 좋게 한 게 누구인지, 청사 내 화장실은 어떻게 24시간 깨끗이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 취재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월급을 더 달라고, 복지를 좋게 해달라고 이러는 게 아니다. 바라는 것은 딱 하나, 당신의 동료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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