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벤츠를 경운기로 베끼지 말자

▲ 문형철 기자 자화상. 예비역 육군소령으로 군사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장병 취·창업 지원과 개인전투장비 현대화를 위해 육군과 국방부는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의 제도와 장비를 엉뚱하게 베낀다면 안하니 못한 결과를 만들지 모른다. 마치 벤츠를 가져다 놓고 투박한 경운기를 만드는 것 처럼...

육군은 지난해 7개부대에 시범적용 된 취·창업 동아리 지원 프로젝트 '청년 Dream, 육군드림'을 올해 2월부터 24개 부대로 확대했다.

이스라엘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문과학기술 장교양성제도인 '탈피오트'가 롤모델이다. 앞서 국방부도 탈피오트제도를 벤치마킹한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를 2016년 도입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육군과 국방부는 탈피오트제도를 거꾸로 접근했다. 이스라엘군은 야전환경에 부응하는 군사장비를 합리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제도를 도입했다. 장병 취·창업 지원을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의 기업 80여개 중 상당수 기업의 대표가 탈피오트 출신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성공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군복무를 통해 체득한 군사적 경험을 살려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 탈피오트 출신 기업인은 벽속에 숨은 적을 찾기위해 벽을 투과해 사람을 식별하는 장비를 제안했지만 이스라엘군에 채택되지 않았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야전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소방 및 산업현장에서 각광받는 제품으로 태어났다.

군의 존재목적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 장병의 취·창업지원도 군사적 목적을 바탕으로 도출해야 하는 것이지 취·창업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취·창업 동아리를 활성화하는 것은 자유로운 사고와 연구에 제약을 덜 받는 대학 등 민간연구기관과 산업현장의 몫이다.

엄격하게 선발된 탈피오트요원들은 대학원과정에 해당되는 융복합교육을 받고, 야전부대에서 복무한다. 이들은 9년 동안 군에 복무하며, 야전에 필요한 참신한 장비들을 개발하거나, 개발의견을 제안한다. 반면, 이·공계 학사들인 과학기술사관은 3년 간을 오롯이 ADD에서 복무한다. 더욱이 군장학금을 받고도 연장복무도 없다. 나랏돈이 많은 것 같다.

지난 2017년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을 위해 '도전! K-스타트업 2017'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현역군인 팀은 얼어버리는 수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수액을 제안해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를 접한 한 미군은 "미국 코스트코에 팔리는 전해질제재를 한국에서는 상을 줄 정도인가"라고 말했다.

노후된 개인전투장비를 개선하기 위해 진행 중인 육군의 '워리어플랫폼'사업도 안일한 카피가 우려된다. 미국 C사의 장비를 거의 그대로 베껴낸 장비가 해외파병 부대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방탄복의 한 종류인 플레이트 캐리어인 이 제품은 방탄판 규격이 외산과 달라 방탄판 삽입구가 뜯어졌다. 납품업체는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군과 방사청은 워리어플랫폼으로 방산수출을 기대한다. 노후장비의 즉응성 있는 보급과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장비의 수출. 어느쪽이 현실적일지 군 당국은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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