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무계획자를 위한 금융정책



"가장 완벽한게 뭔줄 알아? 무계획이야."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대사 가운데 하나다.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기택은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 상처받지 않고자 무계획을 선택한다. 무계획인 기택은 부자집 사모님이 추가수당을 부르면 장을 함께 보고 휴일수당을 부르면 인디언 흉내를 낸다. 부자집 가족의 계획에 기택은 자신의 시간을 판다.

"아르바이트랑 학교생활 병행하면 성적이 떨어지고, 피곤하다보니 아르바이트비로 병원 가게되고 그러다보면 장학금 못받고, 그럼 또 다시 아르바이트 하게 되고…계획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네" 아이러니하게도 기생충을 보다, 나의 삶이었고 지금은 누군가의 삶이 된 이 무한굴레가 떠올랐다. 돈은 시간으로 환산된다. 돈으로 시간을 산 사람은 계획부터 실천까지 밀고 나갈 힘이 있지만 돈으로 시간을 사지못한 사람은 계획부터 버겁다. 돈을 위해 바쁘게 사는 그들은 정작 시간이 없어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지 못한다.

며칠전 만난 한 대안금융기업 대표는 "청년들은 미래를 계획할 시간이 필요한데 돈이 부족해 그 계획을 포기하다 미래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최소 비용이 없어 주저하고, 공무원시험을 보고 싶지만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다 시험을 포기한다는 것. 그들에겐 계획을 하고 추진할 수있는 시간, 즉 시간을 살 수있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지난달 말부터 정부가 청년맞춤형 전월세 보증금 대출상품을 공급했다. 청년 소득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게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월세는 평균 사회진출기간과 입대기간을 고려해 최대 8년거치 3·5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게 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주거비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을 못 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악마는 항상 꼴지부터 잡아먹는다."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말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극단에 고통에 처하는 대상은 계획없이 살 수밖에 없던 이들이다. 계획부터 버거워 무계획으로 돌아서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정책으로 계획할 시간을 주는 것. 그게 진정한 금융의 임무 아닐까.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