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금융>은행

[르포] '10돌' 맞은 5만원권…돈 냄새가 나는 조폐공사를 가다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한국조폐공사



어릴 적 기자는 명절 중에 추석보다 설날이 더 좋았다. 세뱃돈을 받을 수 있어서다. 대부분 세뱃돈은 마치 막 방금 구워나온 과자 같은 빳빳한 새 돈이었다. 그 새 돈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

지난 18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앞두고 찾은 경북 경산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는 돈 냄새가 가득했다. 화폐본부 직원을 따라 들어간 은행권 생산현장은 돈 냄새, 즉 잉크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릴 적 세뱃돈을 받고 좋아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기계에서 내는 굉음은 가까이서 대화를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기자단에게는 패키지여행의 가이드와 관광객처럼 안내 직원이 든 마이크와 연동된 수신기가 제공됐다.

우리가 쓰는 모든 지폐와 동전은 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만 생산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화폐는 발권기관인 한국은행을 거쳐 시중에 공급된다. 그만큼 보안이 삼엄하고 출입 자체가 까다로웠다. 화폐본부는 우리나라 보안등급 '가급'인 국가보안시설이다.

기자단은 사전에 허가받았음에도 정문에 들어서기 전 신원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와 보안 사항을 준수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노트북은 소지할 수 없었고 휴대폰 카메라에는 촬영을 할 수 없도록 보안 스티커를 부착했다. 화폐본부 곳곳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었다.

생산현장에서는 수십여대의 기계가 가동돼 5만원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많은 돈을 만지고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5만원권 뭉치를 들어볼 수도 있었다. 한 조폐공사 직원은 "이 뭉치를 한 손에 들면 가져가도 된다"고 했지만 아무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이 5원만권 뭉치는 10㎏, 무려 5억원에 달했다. 왜 시중에 유통된 5만원권이 발행된 양보다 현저히 적은지 알 것 같았다.

5만원권은 ▲신사임당 초상화와 액면가를 제외한 밑그림을 그리는 '평판 인쇄' ▲액면금액을 인쇄하는 '스크린 인쇄' ▲지폐 왼편에 태극마크·대한민국전도·액면숫자가 세로로 부착되는 '홀로그램 부착' ▲뒷면의 사물·풍경을 그리는 '요판인쇄(뒤)' ▲인물초상·금액을 입력하는 '요판인쇄(앞)' ▲색상번짐 등 불량품을 걸러내는 '기계검사' ▲지폐 고유의 기호 및 번호가 찍히는 '활판인쇄' ▲생산된 전지를 지폐 낱장으로 자르고 포장하는 '단재 및 포장' 등 총 8개 공정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5만원권이 최종 생산되기까지에는 40일 이상 소요된다. 한 번 인쇄 후 마르는 시간이 4~5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지폐의 일정한 품질을 위해서는 항상 같은 온도(23℃)와 습도(55%)를 유지해 줘야 한다. 여기에 무려 22개(공개 16개·비공개 6개)의 위조방지장치가 들어간다. 각 과정에서 인쇄를 끝낸 5만원권은 맞춤불량, 색상번짐 등 불량인쇄 여부를 검사하는 기계검사를 거쳐 총 10개로 구성된 고유 일련번호인 기·번호가 찍힌다. 이후 28개가 함께 인쇄된 5만원권을 낱장으로 잘라 100장씩 포장하면 모든 제조 과정이 마무리된다.

새삼 5만원권에 대해 숙연해졌다. 그냥 5만원인 지폐에 불과했는데 이런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친다니 의미가 깊어졌다. 조폐공사 직원이 "5만원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기술이 집약된 인쇄물이자 예술품이다"고 말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18일 경상북도 경산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5만권을 검수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 '5만원권 전성시대', 10년간 98조원 유통

5만원권은 발행된 지 10년 만에 주력 지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5만원권 발행 10년의 동향 및 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중에 유통 중인 은행권 중 5만원권은 금액 기준으로 98조3000억원(84.6%), 장수기준으로는 19억7000만장(36.9%)이다. 금액과 장수 모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5만원권은 2009년 6월 23일 새 최고액권으로 발행됐다. 1973년 1만원권 발행 이후 경제규모 확대, 물가상승 등에 맞게 은행권 최고액면을 상향 조정,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5만원권의 이용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은의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5만원권 용도로는 소비지출에 43.9%, 경조금에 24.6%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됐던 환수율도 회복세다. 5만원권 발행 이후 환수율이 2014년 20%대로 낮아지면서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5월 말 기준 연중 환수율이 66.6%, 누적 환수율은 50.0%로 증가했다.

환수율이란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은에 돌아온 환수액 비율을 의미한다.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돈이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등 돈이 잠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화폐관리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5만원권 1장이 1만원권 5장의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제조, 유통, 보관 등 화폐관리 비용이 만원권과 비교하면 연간 약 600억원 내외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우리 공사가 만드는 제품은 단 한개라도 불량이 있어서는 안되는 제품"이라며 "조폐공사의 슬로건은 '100-1=0'이다"고 말했다.

이어 "100개의 제품 중 고객이 99개에 만족하더라도 1개의 제품에 불만족하면 고객만족은 0이라는 뜻"이라며 "품질은 조폐공사의 핵심가치로 고객에게 단 1개의 부적합 제품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5만원권 발행 잔액 및 잔량. /한국은행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