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숙인과 노숙자

"노숙인을 노숙자라고 해야 더 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난 3일 한 열혈 독자로부터 '노숙자'라는 표현을 '노숙인'으로 고쳐 써달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는 "노숙자라고 표현해야 마음이 편한가요? 장애인 관련 기사를 쓸 때는 장애자라고 하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쓰시죠? 근데 왜 노숙자라고 썼나요?"라며 "이젠 생각을 좀 바꾸고 기사를 쓰시죠"라고 일갈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장애인 관련 기사에 장애자라고 적은 기억이 없었다.

노숙자라는 표현이 노숙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인지 궁금해 국립국어원에 문의해봤다. 국립국어원은 "노숙자와 노숙인은 비슷한 말이며 노숙자가 낮춤말은 아니"라며 "둘 다 쓸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노숙자와 노숙인은 '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장애인과 장애자와 관련해서는 "어감에 따라 더 잘 선택되는 표현이 있는 듯하나 두 단어 중 어떤 것이 더 낮춰 이른다든지 하는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비하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단어 선택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관습을 방패막이로 삼아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1월 28일부터 2월 22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 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가족호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이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라고 높여 부르는 반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라고 낮춰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8.4%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 첫날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참여자가 몰렸으며 26일간 총 3만8564명이 의견을 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지난 6월 일상에서 쓰이는 성차별적인 단어를 성평등한 단어로 바꾸기 위해 시민 의견을 모았다. 시민들은 '김여사'를 '운전미숙자'로, '효자상품'을 '인기상품'으로, '분자'와 '분모'를 '윗수'와 '아랫수'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라며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숨겨져 있던 잔혹함이나 부패를 세상에 드러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족 상봉'을 '연쇄 이주'로, 조지 W. 부시는 '고문'을 '선진 심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금 이름들의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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