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의원, 왜 일 안 하나

"국회의원들 일 좀 하라고 해"

정치부 기자로서 주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일정은 누구보다 숨가쁘다. 기본 책무인 입법만 해도 여러 이해관계와 이견이 얽혀 있다. 300명의 헌법기관은 각자 가진 전략과 정략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선 명분이 있어야 하고 때론 음모도 있다.

의원회관에서는 법을 만들거나 고치기 위한 토론회가 하루 평균 대여섯 건 열린다. 대부분 의원실 주최로 열린다. 의원들은 토론회는 물론 민생 현장과 자신의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준 지역구도 찾아야 한다. 비례대표도 지역구 활동은 불가피하다.

연중에는 국가 예산을 심사하고, 행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정감사도 열어야 한다. 정부 잘못을 호통치기 위해선 나름의 공부와 조사도 필요하다. 큰 사고가 날 경우 국정조사도 실시한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확인하고 국민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인사청문회도 연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은 왜 '일 안 한다'는 소리를 듣나.

국회 안팎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가면 사회자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누구누구 의원님이 일정이 있으셔서…"이다.

행사가 열려도 의원 대부분은 불참하거나, 오더라도 축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태반이다.

의원이 직접 토론회를 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반영하겠다"던 그는 기념사진만 찍으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교수 등 참석자는 토론회를 마쳐도 주최자가 없어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 후 자리를 뜬다. 민망하다는 듯 나가는 뒷모습이 불쌍할 때도 있다.

당 지도부의 형식적인 행사 참여도 문제다. 한 정당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해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더니 얘기만 하다 회장을 떠났다. 또다른 대표는 "서민 목소리를 듣겠다"며 지하철을 탔지만, 앉아서 앞만 보고 가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뭇매를 맞았다.

조찬 행사, 의원총회,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지역 민원 해결, 토론회, 정부 감시, 의정 활동을 위한 여러 회동까지 고려하면 국회의원에게 24시간은 부족하다. 하지만 과도한 일정은 오히려 진정성을 가리고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입법 토론회에 참석했다. 의원 10여명이 왔지만, 주최자를 비롯해 모두 떠나고 한 사람만 자리를 지켰다. 그 의원에게 '왜 끝까지 남아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 임무니까"라는 짧게 답변하고 다음 일정에 나섰다. '당연한 상황'은 이제 '이례적 상황'이 됐고, 국민 가슴엔 상처만 남고 있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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