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기는 싸움

▲ 김재웅 기자

"상대방이 화를 낸다고 덩달아 맞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해해주는 척이라도 하면 결국은 내가 이길 수 있다."

아버지는 어릴 적 '강성'이던 내게 늘 이렇게 조언하셨다. 맞서 싸우면 다칠 수밖에 없으니 괜한 손해를 입지는 말라는 의미였다.

아버지 말씀은 삶을 바꿔놨다. 스스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사라졌고, 인간 관계도 더 유연해졌다. 스트레스도 크게 줄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진짜 이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분노를 표출하던 상대방은 화가 풀리고 난 후 오히려 더 호의적으로 다가와 내게 유리한 자리를 내줬고, 일부는 미안한 감정에 스스로 패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기지 못할 때에도 인연을 끊어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싸움에는 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실제로는 승리를 누린 적도 여럿이다.

물론 국가간 외교에서도 이런 방법을 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때로는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하고, 심하면 군사적인 힘도 보여줘야 하는 게 외교다.

단, 화를 낼 때를 잘못 판단했다가는 '독박'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외교다. 자칫 패배한다면 손해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와의 관계도 틀어질 수 있다.

북한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먼저 화해를 청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며 국제 정세를 냉랭하게 만들었다. 남한 여론도 차갑게 식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과오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감행하고 글로벌 경제를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광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는 이런 일본에 정면으로 맞붙는 모양새다. 주요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일본을 비난하고 나섰고, 대통령까지도 '적반하장'이라는 강경한 단어까지 사용했다.

결국 탈이 났다. 일본 언론은 이런 정부 태도를 악의적으로 과장해 보도했고, 아베 정부를 비판하던 현지 여론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부는 이성적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불매운동과 지지율로 정부 등을 밀어주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국민들 뒤를 따라가 실리를 놓칠 필요는 없다. 분노는 국민의 권리다. 정부가 진짜 이기는 싸움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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