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의 IMF와 펀더멘털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합니다."

2019년 지금 얘기가 아니다. 지난 1997년 10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기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의 전신) 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렇게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다. 일찍이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한국인에게는 일명 '펀더멘털 트라우마'가 생겼다.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때마다 외환위기를 걱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2019년 현재도 그렇다.

'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거센 외풍에 휩싸이면서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의 판도 커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는 이틀 새 75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연일 바닥을 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환율은 1200원을 훌쩍 넘기며 급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졌고 상반기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이어 '제3의 조치'로 금융보복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가 일본계 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이 40%에 육박하던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사가 자금을 가장 먼저 회수하면서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건 공공연한 정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다고 진단한다. 정부의 대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년 전 IMF 외환위기 시절과 금융 또는 경제 펀더멘털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대외 신뢰가 여전하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 봤듯이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에 수십년이 걸린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했다가 순식간에 위기를 맞았다. 정부 당국은 '펀더멘털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수단과 대응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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