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경기불황 여파 재래시장 '활기'...백화점-마트 '한산'

경제 불황과 정치적 이슈 부각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추석 경기도 온도차가 분명했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전통시장(재래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예전보다 손님도 줄고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편의점 모두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대목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재래시장은 명절상 차리기 준비에 나선 손님들로 북적였다. 시장 곳곳에는 생선과 전 등 명절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이 진한 냄새를 풍겼다. 상인들은 끊임없이 손을 뻗는 방문객 덕에 금세 동난 진열대를 채워 넣고 있었다.

그러나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선 상반된 상황이 연출됐다.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배 하나를 집어 들고 한참 동안 고민하는 주부와 이를 바라보며 구매를 종용하는 판매원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경동시장. 명절을 앞둔 마지막 주말 제수 용품을 장만하기 위한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는 모습이다. /사진=김상길 수습기자

◆ 추석 앞둔 전통시장 '북적'

추석 전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대문에 있는 경동시장 골목에선 흥정을 주고받는 상인과 방문객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전날 한반도를 통과했던 태풍 '링링'도 명절 준비를 하러 나온 시민의 발길까진 막지 못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할머니는 물건을 가득 채운 손수레를 힘겹게 끌며 땀을 훔치고 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명절마다 전통시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10년 이상 경동시장에서 명절 준비를 해왔다는 김현용(48)씨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과 필요한 용품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북적거리는 모습은 명절 전통시장의 운치"라며 "다소 혼잡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느껴진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명절 특수로 인해 제사용품과 관련 없는 인근 상인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웠다. 시장 내 대부분 가게는 명절마다 수입이 쏠쏠하다며 입을 모았다. 암사종합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매년 명절 대목에는 상인들의 평균 수입이 3배 이상 늘어난다"며 "하루 방문객이 7000여명 정도에서 명절 전에는 3만~4만명까지 늘어난다"고 했다.

▲ 9일 오전 방문한 이마트 신도림점. 방문객들이 홍삼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송태화 수습기자

◆ 대형마트·백화점, 명절 특수 '글쎄'

다양한 냉장육 선물세트가 진열된 정육 판매장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상봉점 모두 가장 많은 사람이 붐볐다. 하지만 기자가 10분가량 머물렀음에도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건을 집어 들다가도 가격표를 확인하고 내려놓기도 했다. 망우동에서 온 한 주부는 "시댁에 가기 전에 선물세트를 사려고 왔다. 사긴 사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찮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정육 코너의 한 직원은 "한우 선물세트, 갈비 선물세트 등 10만원 이상 호가하는 프리미엄 세트보다는 저렴하게 나온 행사 상품이나 미국산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가성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과일코너 역시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배를 집어 들고 한참 동안 고민하는 주부의 얼굴에서 가격과 상태 등을 철저히 따져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과 차이를 묻자 "정확한 매출을 공개할 순 없지만 많이 떨어졌다. 경기가 경기이지 않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백화점도 대다수 매장이 추석 특수를 맞아 선물세트 판매에 나섰다. 특별 할인 상품도 즐비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명절 전이라 선물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많지만 올 초 설보다 실적이 많이 저조한 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화점 선물세트 코너에서도 "예전과 차이가 크게 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롯데백화점 본점 선물세트 판매 담당 직원은 "명절 때마다 100개를 구매했던 고객이 이번엔 40개만 사는 등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방문객들이 진열된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인영 수습기자

▲ 서울 종로구 푸른할인마트 앞에 쌓여있는 추석선물세트. /사진=김수지 수습기자

◆'추석 특수'는 옛말…

편의점 브랜드 CU의 서울 종로옥인점주는 추석을 앞두고 외려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가게를 쉬고 싶었지만 본사의 조건에 미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일평균 매출보다 추석 당일 매출이 30% 더 적어야 한다는 본사 조건에 맞아야 쉴 수 있다. 그는 '추석 특수' 또한 전혀 없다고 했다. "작년만 해도 선물세트를 갖다 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이번에는 아예 안 갖다 놓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김혜정(55)씨도 추석에 장사가 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이 다 회사라 추석에 손님이 더 없다"며 "그래도 새벽 6시부터 일해야 하는데 정작 나는 최저임금도 못 가져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를 위한 명절 도시락이 나왔는데 비싸서 잘 팔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소상공인들도 추석을 즐기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종로구 '푸른할인마트'에서 일하는 유승희(50)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는 추석 일주일 전부터 주변 관공서에서 단체 주문이 많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한 건도 없다"며 "동네 주민들도 경기가 어려워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안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길·김수지·송태화·이인영 수습기자 sayk61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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