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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

'산·수 합병론' 이동걸 왜?…정체성 잃은 산은





추석 명절 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사견'을 전제로 수출입은행과의 합병론을 꺼냈다.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나 각 기관을 감독하는 기획재정부와 사전 교감도 없이 '뜬금없는 주장'을 한 셈이다.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정부와 교감도 없이 정책금융기관의 합병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가볍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개발금융시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태어난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자체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민간 금융사의 투자금융(IB) 역량이 강화되고, 기업이 자체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정책·투자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산은의 역할이 그 존재감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 이도저도 아닌 산은 정체성

산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기관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수많은 부실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 2016년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수는 총 426곳이었다. 산은의 자체 분류법을 토대로 보면, 대기업이 51곳, 중소기업이 355곳으로 사실상 재벌 수준이다. 그러나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란 산은의 주요 기능은 약화됐고, 떼일 수 있는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하면서 올해 1분기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35%포인트 떨어졌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에는 민영화를 목표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다가 2013년 정책금융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며 다시 합쳐졌다. 지난 2011년 부임한 강만수 전 산은 회장이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소매금융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이미 관료화돼 생산성이 떨어진 조직문화는 차치하고라도, 지점망이 약한 탓에 기존 민간 금융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산은이 2000년대 들어 기업 구조조정의 추진력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한국GM과 아시아나 등 몇몇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적절한 시기를 놓쳐 봉합하는 수준에 머무른 탓이다. 더군다나 한국GM과 아시아나의 구조조정에서 적용된 원칙이나 방향성, 목표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기능도 이젠 끝물 수준이라고 봐야한다"며 "부실기업 지분을 모두 매각하게 되면 산은의 존재감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수은·산은 합병 주장에 수은 '발끈'

이동걸 산은 회장이 최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과의 합병을 주창하면서 두 기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수 합병론'을 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은이 산은과 합쳐질 경우, 산은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으로서의 지위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CA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유일하게 허용되는 중장기 수출금융 기관으로, 모든 국가들은 1개의 은행을 지정해 수출입 금융을 독려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15일 "수은이 산은에 합쳐지면 수은이 축적해 온 대외거래 전문성이 침식될 우려가 있다"며 "유럽과 일본 등 경쟁국에서 이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은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회장에 대해 "현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해 '낙하산 회장'이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책금융 역할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 회장은 (두 기관의)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을 감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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