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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자녀 진학상담부터 결혼까지"…'극한직업' 증권사 PB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무실 PC를 옮기는 과정에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증권사 PB 업무 영역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PB는 거액 투자자를 상대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다. PB 서비스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업무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대목은 고액자산가와 PB와의 관계가 어디까지냐다.

일반적으로 한 증권사에 10억원 정도를 맡기면 PB로부터 VIP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PB는 VIP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집사'가 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메트로신문은 18일 증권사 PB 출신 3명을 인터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각자 다른 증권사 출신. 4년차, 6년차, 10년차 증권맨을 만나 실제 PB 영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었다.

◆ "고객 자녀의 진학부터 결혼까지"

증권사 PB들은 VIP와의 친밀도는 '고객 이상'이라고 했다. 진짜 가족의 일원처럼 그들의 집안 사정, 미래 계획, 사적인 고민 등을 모두 공유하는 사이라고.

B증권 PB는 "VIP 고객을 처음 만날 때 하는 대화는 투자 상품 제안이 아니다. 고객의 가족 구성원, 집안 문제 등을 들어주는 일부터 한다. 고객의 모든 사생활과 치관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은행 PB와의 차이점이 바로 이 '끈끈함'이라는 것. 증권사 PB는 VIP 고객의 모든 집안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해당 PB가 지점을 옮기면 고객도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증권사 PB는 "5년 넘게 PB 업무를 하다가 본사로 발령이 났을 때 VIP 고객 한 분이 수수료는 알아서 책정해도 좋으니 자산관리를 계속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그건 불법이고, 관리 시스템 접근 권한도 없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고 설득했다. 지금도 다시 지점으로 돌아오면 본인 돈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증권사 PB들은 통상 VIP 고객의 '집사'라고 말한다. 집안 사정을 다 아는 만큼 그들의 사소한 부탁도 들어주고, 잔심부름을 한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한 증권사 PB가 정경심 교수를 도와 PC를 옮긴 것에 대해서도 이들은 "나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

A증권사 PB는 "처음 영업직을 시작하고 VIP 고객 한 분이 이사하는 걸 도와달라고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주변 선배들께 물어보니 당연히 가야 한다고 말다. 심지어 본인은 VIP 고객 자녀의 영어 숙제까지 도와준 적이 있다고 하더라. PB들의 주말은 VIP 고객을 위해 항상 비워져 있어야 한다"고 했다.

B증권사 PB 역시 "강남에 유명한 PB분은 고객들 간 혼사를 맺어주면서 유명해진 걸로 알고 있다. 고객 자녀들의 진학상담을 위해 진학전문가도 연결시켜주고,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한다"고 했다.

고객의 '갑질'은 일상사라고 한다. C증권사 PB는 "어느날 고객분이 골프를 함께 치러가자고 해서 주말에 골프를 치러 갔는데 그날 골프피부터 모든 것을 나에게 내도록 했다"고 한탄했다.

실제 증권사의 PB의 취미, 스케줄은 모두 VIP 고객에게 맞춰진다. 증권사 PB 교육과정에 와인, 요트, 명품 등을 배우는 과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VIP 들과 취미생활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B증권사 PB는 "잘나가는 PB들은 차, 시계 등 명품을 공부해서 추천하고 와인, 미술 등도 공부해서 고객들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면서 "예전에 제일 큰 고객의 취미가 낚시여서 주말마다 낚시, 캠핑을 하러 많이 다녔다"고 했다.

◆ "서비스를 넘어 신뢰를 쌓아야 돈을 맡긴다"

증권사 PB들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서 "결국 신뢰를 위해서"라고 답한다. 고객의 부탁을 성실히 수행하고, 정직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이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고객 자금을 모을 수 있다.

C증권사 PB는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정말 죽고 싶었다. 고객 계좌 수익률이 마이너스(-)60%까지 갔다. 그때 나조차도 확신없이 고객에게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VIP 고객이 내 말을 믿어주고 기다려줬다. 결국 1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모두 회복했다. 만약 그때 고객이 돈을 다 뺐으면 정말 살길이 막막했을 거다"고 말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증권사 PB에게는 수익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큰 지점의 PB들은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본 월급에 VIP 고객을 통한 판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A증권사 PB는 "펀드 판매 수수료가 1%라고 치면, 10억원어치만 팔아도 1000만원의 수익을 얻고 들어간다. 또 주식을 매매할 때도 0.5% 수수료를 받아서 1억원어치 주식을 매수·매도하면서 1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렇게 번 수익을 회사와 반을 나눠도 억대 연봉은 거뜬히 벌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좋은 상품을 통해 고객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다. A증권사 PB는 "사실 상품마다 선취 수수료가 다르기 때문에 일부 PB들은 본인에게 판매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는 상품을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객의 신뢰를 받고, 보답해야하는 만큼 정말 좋은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서 밤새 공부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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