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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만난 기업人]'돼지는 미안하고 고마운 동물…' 돼지문화원 장성훈 대표

원주에 '돼지의 모든 것' 담은 문화원으로 고객 손짓, '돼지마을' 만드는 꿈 꿔

30년 넘게 돼지 연구하고 종돈·육가공·유통·외식·체험까지 '6차 산업' 실천

장 대표 "돼지는 쌀과 함께 주식 같은 것…최근 국경검역 실패는 아쉬운 대목"

최근엔 도내 기업 비제이푸드와 업무 제휴 맺고 '한돈의행복' 브랜드도 선봬

돼지문화원 장성훈 대표./김승호 기자



【원주(강원도)=김승호 기자】수도권에서 차를 이용해 경기 광주~원주간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서원주IC를 나와 5분 정도 달리다보면 돼지문화원 간판이 보인다.

돼지문화원은 오크밸리와도 아주 가까워 콘도 이용객들도 "저 건물이 뭘까"하면서 그냥 지나가기도, 몇몇은 들러서 구경을 하고 가기도 하는 공간이다.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으로, 또는 인터넷 등을 통해 꽤 이름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돼지문화원. 그곳에 가면 '축산 명장'이자 '중소기업인', 그리고 자신을 '돼지아버지'로 불러달라는 장성훈 대표를 만날 수 있다.

"나에게 돼지는 미안하고, 고마운 동물이다. 돼지는 나의 인생이다." 돼지가 자신에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고, 또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를 선사하기 위해 잡을 수 밖에 없는 돼지에 대한 장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이다.

돼지에 관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노력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장 대표는 2011년 이곳 원주에 돼지문화원을 만들었다.

당시는 국내 축산업계에서 6차 산업이라는 말이 전혀 유행하지 않았을 때였다.

"일본의 농촌에 가서 6차 산업이 활성화돼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돼지를 공부하고, 기르면서 각종 질병 때문에 돼지를 수 없이 땅에 묻어야 하는 경험도 많이했다. 산업을 다양화시키자는 차원에서도 내 자신이 돼지를 기르는 1차 산업에만 머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장 대표는 사람들이 돼지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늘 꿈꿨다.

그래서 그는 축산업으로 번 돈을 투자해 돼지문화원을 열었다. 실제 돼지문화원 곳곳에는 돼지에 관한 각종 이야기를 담은 글과 사진, 여러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문화원 안에 있는 식당, 카페, 계단, 화장실 등 어디를 가도 '돼지'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중단됐지만 나들이를 온 가족들이 돼지와 함께 다채로운 체험도 할 수 있다.

돼지문화원을 확장하다보니 어느새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세미나실, 육가공공장, 직영판매장 등도 갖춰놓게 됐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돼지문화원.



이렇게 돼지문화원을 완성해 놓은 장 대표는 마을 사람들과 합심해 '돼지마을'을 만드는 거대한 꿈을 다시 꾸고 있다.

"국밥, 순대국, 스테이크 등 돼지를 원료로 한 각종 식당이 주변에 생기고, 또 마을에서 생산한 여러 농축산물을 함께 소비하고 외부에 팔고, 축산 관련 창업을 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폐교에서 축제를 열고, 우리도 일본의 마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느냐.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돼지마을을 주변 분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

지금이야 더 큰 꿈을 꾸고 있지만 장 대표는 한때 먹고 살기 위해 돼지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강원도 양구의 빈농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돼지오줌보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고기는 못먹고 내장으로 만든 순대국으로 배를 채우고, 어렵게 구한 돼지고기 몇점을 강가의 돌판에 구워먹던 것이 돼지와 함께한 추억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낙농학을 공부하게 됐고 소든, 돼지든, 닭이든, 오리든 키워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장 대표는 "돼지는 신사적인 동물이다. 소나 닭 등은 사람이 붙어서 매일 매일 일을 해야한다. 하지만 업을 삼기엔 돼지가 가장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기르기 수월했던 돼지를 택한 그는 대학을 나와 종돈회사에서 영업을 하면서 돼지와 자신의 인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돼지농장을 차렸다. 90년대 중반 당시 100마리로 시작했던 돼지는 지금 2000마리로 불어났다. 이는 국내 6100개 돼지 농장 중 50번째 정도 되는 수준이다.

좋은 품종의 돼지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센터까지 만들고 자신이 직접 개발한 돼지 '치악산 금돈'도 세상에 내놨다. 생고기 뿐만 아니라 떡갈비, 소시지, 돈가스, 육포, 양념육 등으로 제품도 다양화했다.

장성훈 대표./돼지문화원



"우리 돼지고기는 1등급만 취급한다.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춰 전국 어느 곳으로 신선하게 배달한다. 가공식품은 첨가제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 장 대표가 돼지고기 자랑을 늘어놨다.

신지식농업인, 동탑산업훈장, 중소기업청장상 등도 장 대표의 돼지 사랑에 힘을 보탰다.

그래서 돼지에 대해선 늘 할말이 많은 그이기도 하다.

"돼지고기는 전국민이 가장 많이 찾지만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원가가 비싼 나라다. 경매시장에서의 왜곡현상도 심각하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경검역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다. 돼지고기는 쌀과 함께 전쟁이 나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만큼 중요한 주식이다. 정책과 관심,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장 대표의 돼지문화원은 최근 같은 강원도에 있는 육가공 회사 비제이푸드와 '한돈의행복' 브랜드를 함께 선보이고 곰탕 등 돼지로 만든 최고의 제품들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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