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방담)가전 넘어 AI, 모빌리티 신기술의 향연

해마다 연초가 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전 세계 수천여 주요 전자·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여 첨단 '기술의 향연'을 펼친다. 과거엔 주로 소비자용 전자제품들이 소개돼 '소비자가전쇼(CES)'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전자제품뿐 아니라 IT·통신·모빌리티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메트로신문은 지난 몇년 전부터 현지 취재를 통해 최신 산업 트렌드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왔다. 올해 역시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2020년의 전자·IT산업의 키워드가 될 최신 기술 트렌드를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기사로 전달했다. 메트로신문은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CES 2020의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한 기자들과 IT 및 인공지능(AI) 전문 기자들이 함께 모여 그 동안 기사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을 방담 형식으로 소개한다.

▲ 13일 메트로신문 사옥에서 윤휘종 산업부장, 채윤정·양성운·김나인·구서윤 기자가 CES 2020 관련 방담을 진행하고 있다. /손진영 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0'가 진행됐다. 올해로 53년째를 맞이한 CES는 독일의 IFA, 스페인의 MWC 전시회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특히 CES는 매년 1월 열려 한 해의 최신 기술을 미리 볼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방담 참여=윤휘종 산업부장, 채윤정·양성운·김나인·구서윤 기자, 정리=구서윤 기자)

◆과거와 달라진 CES 트렌드

윤휘종: 원래 과거에는 CES가 '소비자가전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가전 제품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가전보다는 모빌리티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다 참여했고, 기사들을 보면 세탁기나 냉장고에 대해선 큰 이슈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양성운:직접 가서 느낀 바도 그렇습니다. 삼성·LG전자도 가전을 전시하긴 했지만 인공지능(AI)과 연관 지어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습니다. 자동차 쪽도 보면 현대차나 도요타의 경우 수소와 관련된 것도 있고, 특히 현대차는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최종목표가 자율주행이긴 한데 그렇게 되려면 자동차와 통신이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구서윤:올해는 4500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했는데, AI가 빠진 기술을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가전과 관련이 없는 기업도 많은데, 이렇다 보니 가전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봐서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CES가 변질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5G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작년부터는 국내 이동통신사도 CES에서 전시 부스를 꾸렸습니다.

김나인:올해는 KT를 제외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수장들이 CES에 참석했습니다. 이통사가 CES에 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5G 상용화로 인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글로벌 협력 모색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해 CES 화두 중 하나로 모빌리티 혁신이 꼽혔는데, 모빌리티는 모두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성의 5G를 토대로 합니다. 5G를 통해 교통과 도로 상황 정보를 실시간 분석, 전송하고 수백만 대의 차량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휘종:그런 점을 알리는 것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김나인:SK텔레콤은 CES에서 글로벌 전장기업 파이오니아와 함께 만든 차세대 관일 당자 라이더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춰 사물과의 거리, 다양한 물성을 감지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모델링할 수 있는 기술로,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합니다. 또, CES는 글로벌 ICT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ICT 트렌드의 장이기 때문에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내는 유플러스는 구글과 협력해 AR 서비스 내놓을 방침이고, SKT는 미국 싱클레어 방송과 미디어 협력해 합작회사 출범키도 했습니다.

채윤정:다각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추세이고, 참신한 제품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모빌리티 분야에서 자율주행 AI 기술을 선보인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AI 플랫폼업체인 솔트룩스는 융합 기술을 위해 전문기업들과 투자협약을 맺고 함께 참여해 인피닉스와 자율주행차량 데이터 수집 기술을, 프론티스와 협력을 통해 산업용 VR 및 AR 시스템 등을 선보였습니다.

자율주행 분야 AI 기업인 모라이는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수 만가지 상황 재현한 고정밀 시뮬레이션 기술을 선보였고, 에이모는 현장에서 이동하는 물체 자동 인식하는 기술, 자율주행 차량이 영상, 레이더, 라이더 센서 분석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플랫폼만으론 살아남기 어려운 기업들이 머리를 쓴 것이라고 할까요.

◆한국 기업에 쏠린 눈

윤휘종:한국 업체의 활약도 큰 것 같던데 현장에선 어땠나요?

구서윤: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는 우선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부스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약 1021평 규모였는데, TV, 냉장고 등 기본적인 가전부터 의류관리기, 식물재배기, 로봇 등 수많은 제품을 전시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사람이 꽉 차있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화면이 회전하는 '더 세로' TV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을 보는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윤휘종: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이지만 확실히 한국 업체의 위상이 대단한 것 같네요. 트럼프도 '미국 사람들이 다 한국 TV를 보는데 부자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을 정도니까요(웃음).

김나인:중국 업체들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구서윤:많은 중국 TV 업체도 부스를 꽤 크게 꾸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자신들이 먼저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 타 업체 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쳐 아쉬웠습니다. 하이센스, TCL, 창홍, 스카이워스가 모두 세로형 TV를 전시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처음 출시해 인기를 얻은 제품이거든요.

채윤정:어찌 보면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 CES 달군 '라스베이거스 모터쇼?'

구서윤:자동차 쪽 부스를 둘러본 기자들이 모두 멋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의 느낌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양성운: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에 많은 비중을 뒀다면 올해는 기업들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단순히 도로를 달리는 이동수단을 너머 사람과 이동수단의 교감을 확대하고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고 전기로 구동되며 심지어 지상과 하늘길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더라고요.

김나인: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회사는 어디였나요?

양성운:'하늘 길'의 청사진을 제시한 현대자동차와 미래 기술이 집약된 '우븐 시티' 계획을 발표한 도요타입니다. 현대차는 약 202평 규모의 전시 부스를 마련해 전폭 15m, 전장 10.7m의 거대한 PAV(개인용 비행체) S-A1 실물 모형을 전시해 일부 관람객들이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다. 또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콘셉트 'S-Link'는 주거용 및 의료용 버전으로 모빌리티가 사람이 운전하는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이 가능한 생활공간'으로 변모했을 때의 모습을 한 눈에 보여줬습니다.

현대차에서 2028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지만 기술과 규제 등의 문제로 단기간에 현실 가능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네요. 도요타의 '미래 도시 실험 모델'인 우븐 시티는 2020년 말 착공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현대차보다 빨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윤휘종:도요타는 어떤 제품을 선보였나요?

양성운:도요타는 우븐 시티에서 운영될 다목적 자율주행 셔틀 'e-팔레트'와 소형 배송 로봇인 '마이크로 팔레트'를 전시했습니다. e-팔레트는 인원 수송 및 화물배송뿐만 아니라 용도변경이 가능한 이동형 점포나 식당으로 사용될 수 있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PBV 콘셉트 S-Link와 비슷한 외모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용도와 외양 모두 판박이라는 점에서 미래 모빌리티에의 차별화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독일 업체들은 자율주행 콘셉트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벤츠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비전 AVTR을 전시했는데 자동차가 운전자의 심장 박동과 호흡을 인식해 직관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존 자율주행차와 차별점을 뒀습니다. 아우디는 고급스러운 카페나 사무실 같은 공간을 제공하는 자율주행차 'AI:ME'를 공개했는데, 자율주행 모드를 적용하면 운전대가 사라지고 운전석 앞엔 테이블이 등장해 탑승객을 배려한 자동차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완전 자율주행이 현실화된 이후에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채윤정:IT 업체도 모빌리티 쪽 혁신을 선보였는데요. 구글은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볼보 차량 등 2대 전시하고 구글 어시트턴스로 내비게이션 이용 전원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어요. 아마존은 CES에서 부스도 자동차업체들이 주로 모인 '모빌리티' 쪽에 자리해 자동차업체들과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고요. 특히 알렉사를 탑재한 차량 3대를 전시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뿐만 아니라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리비안의 픽업 트럭에 알렉사 탑재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음성지시로 음악, 문 여는 기능 등을 선보였으며, 차 안에서 집에 있는 제품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기능을 내세워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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