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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외국인 안 오는 미술관·박물관



유럽 미술관·박물관은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그 나라 미술관·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 필수 관광코스처럼 되어 있다. 이에 힘입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외국인 관람객 비중은 75%에 달한다. 영국 대영박물관도 63%에 이르며, 런던 테이트모던 또한 연간 관람객 절반이 외국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술관·박물관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공개한 '2018년 14개 국립박물관 방문객 현황'에 따르면 박물관 전체 관람객 약 890만 명 중 외국인은 2.8%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 외국인 역시 전체관람객 270여만 명의 약 5% 수준이다. 물론 1% 미만의 미술관도 수두룩하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둔 현실이 무색할 정도다.

외국인들이 미술관·박물관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전시나 소장품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볼 만한 전시도, 기억할 만한 콘텐츠도 없다는 것이다. 전시는 기획력 부족과 맞닿고, 콘텐츠 부족은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 하나 제대로 구입할 수 없는 예산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가운데 소장품 구입 예산은 콘텐츠의 질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상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간 소장품 구입비는 60억 원이 채 안 된다. 미국 작가 신디 셔먼의 사진 한 점 가격이 많게는 10억 원에 달하고, 현대미술작품 중엔 100억~200억 원 하는 예도 흔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적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오가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를 한 점 구입하려면 한 푼 안 쓰고 수년 이상을 모아야 할 만큼 초라한 예산이다.

정보 접근성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한국방문의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소식을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온갖 미술작품으로 공항을 치장했지만 정작 한국의 주요 미술관 전시에 관한 내용은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역도 매한가지다. 상업광고만 가득하여 문화예술 변방국가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외국은 다르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의 경우 승객은 수화물을 찾는 순간부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까지 쉴 새 없이 전시정보를 접하게 된다. 1월 현재만 해도 오스트리아의 자랑 에곤 쉴레를 비롯해 알브레히트 뒤러, 카라밧지오와 같은 여러 미술관·박물관 전시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벽면 전부를 전시정보로 도배해놓았다. 안내데스크에는 인쇄물이 비치되어 있으며, 숙박업소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예술 전반을 담은 인터넷 문화 포털을 통한 안내에도 열심이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도 마찬가지이다.

하나, 우린 세계 최고의 인터넷망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요 홍보채널로써의 인터넷 활용에서조차 부진하다. 7년 차에 접어든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구독자 수가 고작 9000여 명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말이 없다. 구독자 30만 명을 자랑하는 뉴욕현대미술관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이대로라면 우리 박물관·미술관이 전 세계 한류열풍의 전진기지가 되길 바란다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신년교례회에서의 바람은 한낱 몽상에 그칠 가능성이 짙다. "외국인이 서울관을 방문해서 한국 미술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대표적인 우리 미술 작품을 두루 선보일 계획"이라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최근 발언도 실현되기 어렵다. 미술관을 찾는 외국인이 없는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계획이 가당키나 한가.

세계 어느 나라던 자치정부 혹은 국가 차원에서 그물망처럼 촘촘한 유인책을 펼치며 관광, 예술, 행정이 결합된 정책으로 외국인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런데 우린 헐겁기 그지없다. 각 부처는 따로 놀며 정무직 공무원들의 약속은 임기 중 알리바이 혹은 시늉에 불과하기 일쑤다.

여기에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독자적인 킬러 콘텐츠는 빈약하고, 동시대 담론을 생성할만한 유효한 양질의 전시 역시 드물다. 다양한 홍보채널 구축과 관리마저 미흡할뿐더러 예산 없는 전략이다 보니 남는 건 책임지지 못할 말밖에 없다. 외국인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지 않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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