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정치>국방/외교

구매조달이라는 가짜를 주고 죽음의 골짜기로 보내나

깨지는 방편고글, 비에 터지는 헬멧,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가짜 구매조달

문형철 기자 자화상.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군사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최근 한 언론에서 특수전사령부(이하 특전사)예하 부대에 납품된 방편고글(보호 안경)이 기준강도를 충족하지 못하고 깨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까지 최근 특전사 보급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 최강 특전사의 보급품이 제조업체가 아니라도 뛰어들 수 있는 '구매 조달'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전문 국내기업이 있음에도 울타리 제조사가 방편고글, 1인 디자인회사는 방탄헬멧, 통신가설회사는 방탄복, 피부미용업체는 특수전칼을 각각 특전사에 납품했다.

그럼에도 군 수뇌부는 어떤 결과물이 나오더라 '법과 절차를 준수'한 것이라며, 무결점임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대신, 국민을 위해 당장이라도 죽음의 골짜기에 뛰어들 군인들은 가짜를 들고 가야한다. 고귀한 대한민국의 인적자원인데 그 손에 가짜를 쥐어준다. 나라의 100년 안위를 내팽겨쳐 버리는 것은 아닌가,

대표적 가짜들로는 비가오면 헬멧이 부풀어져 깨지는 하이컷형 방탄헬멧, 미국 크라이사의 AVS를 모방한 방탄복(PLATE CARRIER), 파편 보호가 안되는 방편고글, 모양 뿐만 아니라 포장지도 똑같이 베껴낸 특수작전용 칼 등이 있다.

구매 조달로 특전사에 납품된 제품들은 정품이나 더 좋은 성능과 신뢰도 등이 중요한게 아니다. 특정업체가 독점하면 안되고,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살 깍기로 군에 싸게 넣어주면 그만이다. 올림픽의 슬로건처럼 '더 많이 아무나', '더 싸게 후려쳐', '더 빨리 납기를'이 군납품 경쟁올림픽의 숨은 메세지다.

중소기업과 여성기업인을 우대한다는 군납사업(전력지원물자)이라지만, 제조를 통한 품질향상이나 최적의 유통으로 안정적인 납품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국가계약법'과 '관련 절차'만 연구하면 된다.

실제로 한 강소기업 관계자는 "제품 연구보다 법령이랑 절차연구하는 쪽이 군납이 된다. 민수시장이나 전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이라도 한 걸까. '쉽게 풀어쓴 군납', '성공하는 군납' 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서점가에서 팔린다고 한다. 심지어 공직자인 한 저자는 "군납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기술하기도 했다.

군납에 대한 올바른 가이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법의 문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업체와 법의 문제를 모른척 해 온 역대정부는 '민족의 반역자'가 아니겠는가. 부도덕한 군인들이 있다지만, 다수의 군인들은 명예와 사명감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명예로운 군인들이 합당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요군에 대한 신뢰와 민간자문단의 확충 및 적극적 의견수렴 등이 필요하다. 군 수뇌부에게는 자문가의 입장에서 "실패를 무서워 말고, 과오를 부끄러워 말고, 의혹에 솔직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대체불가 특전사 대원들에게는 "검은베레와 하늘에 핀 백장미는 고개를 들고 봐야하는 존경의 상징이다. 하지만, 당신들은이 높게 있기에 땅에서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이라고 전하고 싶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