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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장을 설득할 시간

스마트폰 시장의 승부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 얼마나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처음으로 4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도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하량 증가율은 5%에 머물렀으나 소비자들의 고가 모델 선택 비중 확대에 따라 평균판매가격이 오르며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운 것이다. 기술 평가만 놓고 보면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앞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생성형 AI 도입 속도도 빨랐고 기기 내 기능 확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보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진다. 애플의 평균판매가격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섰고 매출 점유율 역시 크게 확대됐다. 기술 경쟁의 속도와 시장의 선택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삼성은 스마트폰 출하량을 늘렸으나 보급형 비중 확대 속에서 평균판매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애플은 고가 모델 중심 전략으로 단가를 끌어올렸다.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수익 구조는 확연히 달라졌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도 선택받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올해는 또 다른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참전이다. 그동안 폴더블 시장은 삼성이 주도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가세하는 순간 폴더블폰은 프리미엄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재정의 될 것이다. 시장의 눈높이 역시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기술적 우위는 분명 중요하다. 시장을 여는 힘도 기술에서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를 얼마나 설득하느냐 또한 관문이다. AI도, 폴더블도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먼저 구현했느냐가 아니라 일상에서 얼마나 체감되는 가치로 이어지느냐다. 제품 가격이 높아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완성도와 경험을 보여줄 때 기술은 비로소 시장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2-10 15:23:39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ESS에 달린 K-배터리의 다음 행보

북미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생존여부는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달려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로 변화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를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이미 상당 부분 전환중이다. 북미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등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ESS 배터리 생산과 수주 경험을 쌓고 있고, 삼성SDI는 각형 NCA 기반 ESS 전용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며 프로젝트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SK온 역시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 LFP로 전환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이같이 국내 기업들이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ESS 중심의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ESS 시장의 경쟁 강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쟁의 무대만 전기차에서 ESS로 옮겨졌을 뿐, 여전히 핵심 경쟁 상대는 중국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배터리와 시스템의 직접 진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ESS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 경험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책 장벽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공급망 내 역할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며 영향력을 놓지 않는 이유다. 이런 구도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는 오히려 경영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경쟁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인 만큼, ESS용 LFP에 투입되는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 구조와 투자 효율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생산과 투자 전반에서 효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ESS 경쟁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고체 배터리 등 고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들 시장이 2~3년 이후에야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NCM 기반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ESS는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다음 산업 전환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무대에 가깝다. ESS 경쟁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시장을 유지해야만 전고체 배터리와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라는 다음 무대에 설 수 있다. 지금 ESS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2026-02-09 16:17:42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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