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품관 직원이 허름한 점퍼 차림의 손님을 무시한다. 그러나 점퍼 안쪽에서 SK하이닉스 로고가 드러나자 태도는 곧바로 바뀐다. "하이닉스느님?"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이 화제다. SK하이닉스 직원이 하나의 밈처럼 소비되는 것은 단순히 성과급이 역대급으로 예상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SK하이닉스 로고가 더 이상 회사명이 아니라 보상의 크기를 짐작하게 하는 상징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인이라도 어느 산업, 어느 회사에 들어갔느냐에 따라 삶의 수준, 이른바 '급'이 달라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이 성과를 낸 만큼 임직원에게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격차가 개인의 노력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 수요와 반도체 호황은 일부 산업에 막대한 보상을 몰아주고 있다. 반대로 다른 산업의 노동자는 비슷한 시간을 일해도 그만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들에게 취업은 더 이상 직무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산업의 호황에 올라타느냐가 커리어의 출발선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 개발자든 사무직이든, 직무가 같아도 반도체·AI처럼 돈이 몰리는 산업에 있느냐에 따라 보상과 평판은 달라진다. '하이닉스느님'이라는 농담이 마냥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직무보다 산업, 노력보다 시장의 파도가 개인의 몸값을 먼저 결정하는 사회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격차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없애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그러나 격차를 줄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산업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재교육의 기회가 부족하고, 중간 수준의 일자리가 약해지면 격차는 곧 계급이 된다. 격차가 커질수록 개인의 노력만으로 그 차이를 따라잡기 어렵고, 산업의 흥망이 개인의 삶까지 과도하게 좌우하는 구조로 굳어지기 쉽다. 성과는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한다. 다만 산업의 호황이 일부에게만 계층 이동의 기회로 작동하고, 그 밖의 일자리에서는 삶의 전망이 희미해지는 구조는 경계해야 한다. 직무 전환 교육과 산업 이동 지원, 중간소득 일자리 보호가 더 촘촘해져야 하는 이유다. SNL의 장면이 던진 질문은 가볍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성과급보다 더 크게 봐야 할 것은 한 기업의 호황이 아니라, '산업의 격차가 개인의 미래를 어디까지 갈라놓고 있는가'이다.
2026-04-28 14:33:02 이현진 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 변화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전기차 출시 전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기차는 전기모빌리티·자율주행 등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오토차이나'는 전기차 시대의 글로벌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할 수 있다. 지난 24일 개막한 오토차이나는 말 그대로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의 가파른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인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단순히 과거 사드 사태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10년전과 비교하면 지리자동차그룹, BYD, 상하이자동차, 체리자동차,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자동차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수준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베이징 현장에서 만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시절에는 독일차 일본, 한국 순으로 중국 브랜드보다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다"면서 "전기차 시대에 현대차는 중국 브랜드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기업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다. BYD는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로 성장했으며 지리자동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업체들은 로보택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차는 이번 오토차이나에서 정주영 창업회장의 정신을 강조하며 아이오닉 브랜드 런칭과 아이오닉 V로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지만 중국 기업을 넘어서는 전략과 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BMW와 아우디,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디자인 차별화' 전략이 통할지 의문이다. 현대차가 2018년 평창에서 선보인 자율주행차를 체험할 당시만해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8년이 지난 현재도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다시 한번 차이나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분골쇄신의 자세로 미비점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고 정주영 창업회장이 강조한 '적당히라는 그물 속에서 오직 운만을 바라는 인간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때다.
2026-04-27 16:23:10 양성운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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