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현장에서 '단식'은 최후의 방법으로 쓰인다. 약자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닿지 않을 때, 목소리가 들려도 강자들이 듣지 않을 때다. 단식은 제도와 권력, 발언권을 갖지 못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극단적인 의사표현'이다. 그래서 단식투쟁을 하는 이들 앞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래 전 단식투쟁을 하던 세월호 유족 앞에서 일명 '폭식'을 한 이들이 비판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모든 단식을 같은 공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국회, 그리고 상당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점유하는 정치 세력이 단식을 선택한다면 말이다. 야당이 뭔가를 얻고 싶다면 여당에게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야당은 협상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대화를 거부하는 길을 선택했다.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당대표가 단식에 나섰다. 이번엔 이유가 '독재 타도'거나 '국정조사', '야당과의 대화 촉구'가 아니다.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 도입을 위한 것이다. 충분히 협상이 가능한 주제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대여(對與) 투쟁용'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흔히 보는 투쟁 현장에서의 단식은 '출구 전략'이 없다. 약자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라서다. 약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단식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 단식'은 출구 전략을 세워놓는다. 이번 단식도 마찬가지다. 여론의 부담을 느낀 여권이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상응하는 조건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의료진 권고'를 통해 단식을 멈출 수도 있다. 이것만 봐도 통상의 '단식투쟁'과는 다르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단식은,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음에도 논의 자체를 중단시키는 부작용이 생긴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의 필요성을 면밀히 따질 시간은 사라진다. 논리적인 협상은 사라지고, '누가 더 고통받고 있나'라는 문제만 부각된다. 단식은 약자의 수단일 때만 의미가 있다.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단식을 택한다면,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선택이 가능한 여러 카드 중 하나로 전락한다. 단식이라는 투쟁 행위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은 정치권에서 '정치적 이유'를 내세운 단식 투쟁을 보고 싶지 않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1-18 17:08:00 서예진 기자
가전업계가 수요 침체와 원자재·부품 비용 부담이 겹치며 어려운 업황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가전 기업들이 외형 성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수익성 방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보다는 '버티기 싸움'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V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조원의 영업익을 기록했으나 TV·가전 사업에서는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LG전자 역시 TV등 디스플레이 제품 수요 부진과 마케팅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문제는 단순한 수요 둔화에 그치지 않는다. 샤오미,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경쟁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더욱이 샤오미는 단독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며 브랜드 노출에 적극이다. 과거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에 머물던 중국 가전 기업들이 이제는 디자인과 기능 측면에서도 빠르게 개선된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에는 미묘한 경계심이 남아 있다. 품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평가와 달리 보안·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스마트TV와 가전이 개인 정보와 생활 데이터를 다루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가전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단순히 가격 경쟁으로 중국 업체들과 맞붙기보다는 신뢰·품질·사후 서비스·보안 역량 등에서 차별화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어려운 업황 속에서 살아남는 힘은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라, 얼마나 탄탄한 브랜드 기반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는 브랜드 신뢰를 지키면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누가 더 싸게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1-14 14:59:11 차현정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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