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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액대출 시장의 두 얼굴

"고작 몇십만원을 빌리기 위해 이 사람이 차를 담보 잡히고 내는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19%대에요." 한 업계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누군가는 당장 30만원이 없어 이를 빌리기 위해 차를 담보로 내놓는다. 다른 누군가 역시 100만원을 빌리기 위해 차담대를 시행한다. 그들이 내는 금리는 19%대다. 법정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은 '대출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에 가까운 상품'이다. 집도, 신용도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차량을 담보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차담대 수요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차만 맡기면 다행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금리다. 지난해 법정최고금리에 가까운 대부업을 중심으로, 저신용자 대출 공급액만 3000억원이 늘었다. 고금리 업권의 대출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대출의 질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아했다.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몇십만원 벌었다", "몇십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는 말이 쉽게 오가는 시대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그 몇십만원이 없어 차량을 담보로 잡히고, 높은 대출 이자를 내고 있는 현실이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고금리 소액 대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겉으로 이어진 듯하지만, 실상은 단절된 두 세계다. 차담대를 시행하는 취약차주 중에서 정말로 공과금을 낼 돈 조차, 생활 자금 조차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자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 가구가 49만가구를 넘어섰다. 양극화다. 금융 자산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두 세계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실제 최근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경제주체 간 이질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극화의 폐단이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다. 단순 지원, 단순 금리 깎아주기 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더 근본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될 때다.

2026-03-29 14:16:13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디지털금융과 소비자 불신

디지털금융은 여느 때보다 활성화됐다. 개인 간 현금 거래는 모바일 환경이 주가 됐고, 명절 용돈도 간편 결제 앱의 송금 기능을 활용한다. 지난해 민생지원금은 간편결제 앱을 통해 지급됐으며, 일부 지자체는 지역상품권을 디지털 상품권으로만 유통하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 받을 때면 상담원이 실물 카드가 필요한 지 되물어온다. 디지털금융은 활성화됐지만 사용자의 신뢰는 두텁지 않다. 아날로그 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고가 수시로 발생해서다. 바로 지난 달에는 모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벤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오지급했고, 이번 달에는 모 간편송금 앱 내에서 환율이 절반 수준으로 잘못 적용돼 환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비자의 불신은 금융기관의 평판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 24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모 인터넷전문은행에 예치한 수천만원이 동의 없이 이체됐다는 허위 제보가 확산됐다. 해당 은행은 해당 제보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명시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해당 내용은 하루 만에 200만 명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예금을 해지한 '인증'도 다수 올라왔다. 게시물은 조회수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 허위 게시글이었지만, 해당 내용에 동조한 누리꾼들은 해당 은행의 계열사에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를 이유로 불신을 퍼뜨렸다. '아날로그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은 신뢰를 전제로 한 산업이다. 소비자는 금융기관을 믿고 자산을 맡기고, 금융기관은 맡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소비자가 금융산업에 요구하는 기준이 특히 높은 이유다. 금융기관에는 예측 가능하며, 예방 가능한 금융사고를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디지털금융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내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직원이 맡았던 업무가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이미 단순 입·출금이나 상담 업무에 AI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대출심사나 이상거래 감지 등 금융사고에 취약한 부분에도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금융사고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 드는 비용은 신뢰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비싸다. 최근 소비자들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느 때보다 엄격하다. 새로운 '과도기'를 지나는 지금이야 말로,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지키는데 힘써야 할 때다.

2026-03-26 14:33:52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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