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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디지털금융과 소비자 불신

디지털금융은 여느 때보다 활성화됐다. 개인 간 현금 거래는 모바일 환경이 주가 됐고, 명절 용돈도 간편 결제 앱의 송금 기능을 활용한다. 지난해 민생지원금은 간편결제 앱을 통해 지급됐으며, 일부 지자체는 지역상품권을 디지털 상품권으로만 유통하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 받을 때면 상담원이 실물 카드가 필요한 지 되물어온다. 디지털금융은 활성화됐지만 사용자의 신뢰는 두텁지 않다. 아날로그 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고가 수시로 발생해서다. 바로 지난 달에는 모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벤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오지급했고, 이번 달에는 모 간편송금 앱 내에서 환율이 절반 수준으로 잘못 적용돼 환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비자의 불신은 금융기관의 평판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 24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모 인터넷전문은행에 예치한 수천만원이 동의 없이 이체됐다는 허위 제보가 확산됐다. 해당 은행은 해당 제보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명시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해당 내용은 하루 만에 200만 명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예금을 해지한 '인증'도 다수 올라왔다. 게시물은 조회수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 허위 게시글이었지만, 해당 내용에 동조한 누리꾼들은 해당 은행의 계열사에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를 이유로 불신을 퍼뜨렸다. '아날로그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은 신뢰를 전제로 한 산업이다. 소비자는 금융기관을 믿고 자산을 맡기고, 금융기관은 맡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소비자가 금융산업에 요구하는 기준이 특히 높은 이유다. 금융기관에는 예측 가능하며, 예방 가능한 금융사고를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디지털금융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내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직원이 맡았던 업무가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이미 단순 입·출금이나 상담 업무에 AI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대출심사나 이상거래 감지 등 금융사고에 취약한 부분에도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금융사고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 드는 비용은 신뢰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비싸다. 최근 소비자들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느 때보다 엄격하다. 새로운 '과도기'를 지나는 지금이야 말로,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지키는데 힘써야 할 때다.

2026-03-26 14:33:52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시장을 움직인 리더십, 남은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하게 밀어붙인 증시 부양 드라이브는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줬다. 단기적인 지수 상승보다는 시장 체질 개선에 집중한 조치들이 빠른 속도로 추진됐고,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현실화했다. 정책 의지가 투자심리를 자극하며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상승장의 배경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시장 스스로의 힘만이라기보다, 정책이 방향을 제시하고 리더십이 속도를 끌어올린 '리더십 장세'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은보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속도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자본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거래시간 연장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시행 일자가 조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의 관심과 논의는 확대됐다. 다만 연기된 일정이 실제 현장에서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속도다. 강한 리더십은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를 앞당기는 힘이 있지만, 그만큼 시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1979년 미국의 '볼커 쇼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기준 금리를 연 20%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초강력 긴축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라는 큰 대가를 남겼다. 강한 정책은 언제나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강한 정책은 결과를 만들지만, 그 비용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고착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볼커식 긴축' 재현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다시 빠르게 위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금의 상승장이 리더십에 의해 촉발된 만큼, 지속 가능성 역시 리더십의 운용 방식에 달려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일수록 정책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된다. 속도에 가려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더십 장세'는 성과로 남을 수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증시는 이미 응답했다. 이제는 그 리더십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3-25 15:24:1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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