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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학개미 유턴 '머뭇'…RIA에 붙은 '물음표'

"5월 안에 국내시장복귀계좌(RIA)로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을 사면 세금이 없다는데 맞나요? 그런데 환율도 높고, 지금 팔면 손해 아닌가요." 최근 증권사 고객 상담에서 반복되는 질문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 도입된 RIA 계좌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자금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며 고환율 고착화 우려가 커지자,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책임론도 제기됐다. 해외주식 매수를 위한 달러 수요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시각이다. 이에 정부는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로 자금을 돌리면 세제 혜택을 주는 RIA를 내놨다. 개인 투자자의 달러 수요를 낮춰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출시 일주일 만에 계좌는 약 5만7000개로 늘었지만, 실제 유입 자금은 3300억원에 그쳤다. 해외주식 보관액이 200조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0.15% 수준에 불과하다. 계좌는 늘었지만 돈은 움직이지 않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 매도에 신중하다. 수익률과 환율, 재진입 시점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립식으로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에게 RIA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미국 증시 조정에도 낙폭이 제한적인 종목이 적지 않고,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변수다. 여기에 국내 증시 역시 변동성이 커 자금을 옮길 뚜렷한 대안이 부족하다. 결국 정책과 시장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투자자는 세제 혜택보다 타이밍을 우선하고, 자금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 형국이다. 아쉬운 건 RIA의 설계다. 현행 제도는 특정 시점까지 매도와 1년 보유를 동시에 요구하는 '기한 집중형' 구조로, 투자자에게 한 번에 큰 결정을 강요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오히려 자금 이동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 혜택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행처럼 1년 보유를 전제로 최대 혜택을 주는 단일 구조는 개인투자자로 하여금 진입 부담을 키운다. 최고 한도는 유지하되 일정 기간 이상의 중기 보유 구간(예를 들어 6개월 기준 2000만원 등)을 두고 혜택을 나누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실제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제 혜택은 마련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혜택의 크기가 아니라,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납득할 수 있는 구조다.

2026-04-01 15:21:07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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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반도체 호황 속 엇갈린 산업 온도

인공지능(AI)이 산업계의 표정을 바꾸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반도체 업계는 수년 만의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과 투자 확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반도체로 쏠리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 9750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업황 개선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할 문제다. AI 서버 증설과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는 분명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흐름이 산업 전반의 경기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PC와 모바일 등 전통 수요처는 여전히 약한 흐름을 이어가며 업종별 회복 속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소비자와 연결된 업종은 여전히 전방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에 직면해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반도체 기업 실적에는 호재지만, 완제품 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역시 변수다. 여기에 애플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원가 절감과 현지 조달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전자·부품업계는 수요 둔화와 공급망 변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수요 지표도 아직 완연한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부담이 소비 수요를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에도 교체 수요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업계에서는 소비 위축과 제품 가격 부담이 맞물리며 수요가 보급형과 중고·리퍼비시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곧바로 전자 소비 시장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AI 반도체와 직접 연결된 일부 영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산업 생태계의 회복 속도에는 여전히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숫자의 개선과 현장의 체감 경기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의 확산보다 냉정한 점검이다. HBM 호황이 산업 전반의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특정 분야에 국한된 국지적 호황에 머물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AI가 만든 봄기운 속에서도 산업 생태계 곳곳에는 여전히 온도차가 남아 있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6-03-31 16:08:43 구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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