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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체를 막는 금융

연체를 고민하던 시점, 금융회사에서 받은 것은 상환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이 아니라 납부를 안내하는 문자였다. 몇 차례 안내가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조정방안은 없었다. 그러나 연체가 발생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그제서야 채무조정 안내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무조정 제도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융의 작동 방식은 여전히 연체 이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상환 여력이 약화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고, 연체라는 경계선을 넘은 이후에야 제도적 지원이 시작되는 구조다. 최근 통계를 보면 채무조정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40·50대가 전체 채무조정 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청년층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 생활비 부담과 이자 비용이 동시에 커지면서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금융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적이다. 연체 이전 단계에서는 상환을 독려하는 안내가 중심을 이루고,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반면 연체가 발생한 이후에는 이자 감면이나 상환 유예, 분할상환 등 다양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금융은 연체를 막기보다는 연체 이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연체 이전 단계에서 채무를 조정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정상 대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실제로 금융회사들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을 핵심 관리 지표로 삼고 있어 사전적 개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결과는 분명하다. 채무조정은 '예방'이 아니라 '사후 대응'으로 기능하고 있고, 채무자는 연체라는 경계선을 넘은 이후에야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적자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생활비성 대출 의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채무 취약성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채무조정 제도를 확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상환 부담이 커지는 초기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채무조정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이 이미 늦은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이 해야 할 일은 연체 이후의 정리가 아니라, 연체 이전의 방지다. 지금처럼 채무조정이 마지막 단계의 안전망에 머무르는 한, 가계의 재무 취약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2026-03-23 12:50:53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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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생보험, '선의'보단 '기준'

상생보험은 반대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질병과 사고, 날씨 같은 생활위험 앞에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보장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좋은 뜻으로 시작한 제도일수록, 어디까지가 보험이고 어디서부터가 복지인지 경계선은 더 또렷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권은 지난 16일 6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상생보험 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의 보험업권 포용금융 계획도 내놨다. 생명보험 기준 국민 전체 보험가입률은 84.0%지만 연소득 1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가입률은 24.5%에 그친다. 보장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문제는 무상가입 자체가 아닌 무상가입이 반복될수록 보험의 성격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은 본래 위험을 가격에 반영해 나누는 장치다. 반면 복지는 재정으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장치다. 둘 다 필요하지만, 이름이 비슷해지는 순간 책임의 선도 함께 흐려진다. 이번 상생보험은 더 그렇다. 6개 지자체는 생명보험 1개와 손해보험 1개씩 총 20억원 규모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인데, 18억원은 보험업권 상생기금이, 2억원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생보 쪽은 신용생명보험이 공통으로 추진된다. 손보 쪽은 건설현장 기후보험, 사이버케어보험, 화재배상책임보험 등 지역별 필요에 맞춘 상품이 검토된다. 구체적인 가입대상과 보장사항은 지자체와 보험업권이 함께 꾸리는 실무작업반에서 정하고, 가입 개시는 올해 3분기가 목표다. 무료로 가입시키는 순간 정책은 쉬워 보인다. 하지만 왜 이 위험을 공공이 함께 떠안아야 하는지, 지원 대상은 어떻게 가르는지, 지원이 끝난 뒤 보장은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지면 상생보험은 제도라기보다 이벤트에 가까워진다. 구조는 그만큼 더 차갑고 분명해야 한다. 가입자는 이것이 지속 가능한 보장인지, 한시적 지원인지 헷갈리기 쉽고, 보험사는 상품과 사회공헌의 경계에서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다. 제도는 선해 보이는데 책임의 구조는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상생보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미사여구가 아니다. 왜 이 위험에 공공이 개입해야 하는지, 누가 얼마 동안 비용을 부담하는지, 지원 종료 뒤 보장은 어떤 원칙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상생보험은 선의로 출발할 수 있다. 오래 가려면, 선의보다 기준이 먼저 서야 한다.

2026-03-22 12:50:54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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