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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메모리 호황의 그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드리운 '칩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예상보다 짙어지고 있다. AI 시대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히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되레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을 갉아먹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갤럭시 S26 시리즈 흥행으로 판매량 자체는 선방했으나 급등한 메모리 가격이 수익성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동안 메모리칩 가격 강세 역시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경쟁사인 애플 조차 아이폰 신제품 가격 동결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높아진 상태다. 삼성전자가 꺼내 든 카드는 제품 믹스 개선과 신규 폼팩터 확대다. 갤럭시 S26 울트라 등 고가 모델 판매 비중을 늘리고 폴더블 제품군 확대를 통해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폴드·플립 시리즈를 넘어 '와이드 폴드' 형태의 신규 폼팩터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AI 스마트 글래스 등 새로운 디바이스 시장 진출 가능성도 언급된다. 특히 폴더블폰은 삼성 입장에서 단순한 혁신 제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데다 원가 구조 측면에서도 일반 바형 스마트폰 대비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삼성이 사실상 독주하던 폴더블폰 시장에는 애플 진입 가능성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화웨이·모토로라·구글 등 중국 및 글로벌 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결국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과제는 단순히 스마트폰 판매량 확대가 아니다. AI 시대 들어 급변한 원가 구조 속에서 하드웨어 중심 사업 모델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칩플레이션 시대에 삼성전자가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신제품이 아니라, 원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새로운 사업 구조일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5-06 14:46:54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차세대 배터리 전쟁의 시간, 우리에겐 얼마나 남았나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 CATL이 '수퍼 테크데이' 행사장에서 꺼내 든 숫자는 우리 배터리 업계를 얼어붙게 했다. 10%에서 80%까지 단 3분 44초. 완충에 가까운 98%까지도 6분 27초. 영하 30도 혹한에서도 10분 안에 충전이 끝난다. 거기에 반고체 수준의 신형 배터리를 탑재한 세단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500km를 달릴 수 있다. "한마디로 공포였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전문가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기술 격차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중간의 격차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숫자는 냉정하다. 올해 1~2월 중국을 제외한 미국·유럽 등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8.3%로 전년 동기 37.1%보다 8.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36.7%에서 44.2%로 7.5%포인트 상승했다. 판이 기울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미 판 자체가 엎어졌다. 뒤집어진 판에서 한국업체들이 꺼내 든 반격 카드는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최근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전고체 브랜드 '솔리드스택'을 공개하고 내년 하반기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전고체가 시장 주도권을 바꾸려면 얼마나 걸릴까. 업계 안팎의 답은 한결같다. 지금부터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산 자체도 이제 막 시작 단계인데 초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아 일부 프리미엄 모델과 로봇에나 쓰일 것이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건 미·중 갈등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배터리를 밀어내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지정학이 기술 격차를 메워주진 않는다. 외부 환경에 기댄 생존 전략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 제조업의 마지막 보루다. 그 보루가 흔들리고 있는데 산업 현장에서는 정작 정부 손길이 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차세대 배터리 국가 R&D 로드맵 수립 등 말은 무성했지만 속도가 없다. 기업이 뛰는 동안 정부는 제자리걸음이다. 중국이 국가 자본과 정책을 총동원해 배터리 생태계를 키우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홀로 버텨왔다. 그 한계가 지금 점유율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하나의 기술력으로 국가 대 국가의 싸움에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 국가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6-05-05 12:55:17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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