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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뱃사공만 많은 가상자산법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기본법'의 입법이 표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미카·MiCA)과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 등 입법 기준은 뚜렷한데도, 정치권에서는 '대동소이'한 법안을 쏟아내며 입법의 공로(功勞)를 다투고 있어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5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 정무위원회에 입법이 제안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9건이다. 그러나 국회 임기가 절반을 지나 후반기 국회 출범을 앞두는 2년 동안 정무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다수의 법안이 위원회에서 표류중이지만 각 법안이 포함한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주된 내용은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자지급 허용 문제, 감독 주체 등에서 각 법안 간에 차이가 있지만 가상자산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여·야 간에 견해차가 크지 않은데도 입법이 지연되는 것은 입법이 확실시 되는 법안을 두고 입법의 공로를 가져가려는 경쟁이 과도해서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만 15명에 달하고,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 수도 60명을 넘긴다. 전반기 국회에서 입법을 주도했던 여당의 '디지털자산 TF'에서도 입법 주체만 여럿이다. 정치권이 입법의 공로를 다투는 동안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경쟁력 약화와 매출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 하락 및 거래량 감소로 주요 원화거래소들의 매출이 급감했는데도, 국제 표준에 뒤쳐진 규제를 해소하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던 정치권은 뚜렷한 입법 시한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금융결제환경의 변화를 준비하는 금융권과 핀테크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실증을 통해 관련법 입법과 동시에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준비를 마쳤는데도, 입법 일정이 밀려나며 본격적인 경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입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한다. 수수료 수입 감소로 5개 원화거래소 가운데 4곳이 적자를 겪고 있으며, 국제 표준에 뒤쳐진 투자환경에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서도 입법의 공로를 다투기보다, 현실적인 입법 목표와 기한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때다.

2026-06-18 11:14:36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혁신의 기회, 경쟁의 과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조회에 나섰고, 업계에서는 시장 집중도와 독과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가 결합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번 과정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해 볼 지점도 있다.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의 성장 측면 역시 함께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거론되는 쟁점은 익숙하다. 데이터 결합에 따른 경쟁 우위, 고객 잠금효과, 시장 집중도 상승, 후발 사업자의 진입장벽 확대 등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두나무가 결합할 경우 기존 사업자들이 느끼는 위협은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이다.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은 이제 막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가상자산과 결제, 투자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플랫폼과 금융의 결합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규제와 우려가 먼저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됐던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투자자 보호와 건전성 확보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 기업이 플랫폼 영향력을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면 당연히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절차다. 다만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경쟁 촉진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산업에 대해 국내 시장만을 기준으로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은 국경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분야다. 시장 경쟁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키우는 일 역시 중요하다. 이제는 두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6-17 14:31:02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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