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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대 위 정쟁, 무대 뒤 교육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어느 날 이상한 장면들을 목격한다. 하늘에서 조명 장비가 떨어지고, 라디오에서는 자신의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그제야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거대한 세트장이었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것은 트루먼이 속았다는 점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세트장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는 점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구경거리로 소비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요즘, 문득 그 영화가 떠오른다. 어쩌면 지금 교육감 선거도 비슷한 모습인지 모른다.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교육 정책이 아니라 단일화와 진영 대결이다. 정작 교육은 무대 뒤에 있는데 우리는 무대 위 장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기초학력 지원, 학교폭력 예방, 디지털 교육, 교원 지원, 학생 복지 등 학생과 학부모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수많은 정책이 교육청을 통해 집행된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이상할 만큼 관심 밖에 있다. 교육감 선거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유권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후보들 역시 책임이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작 학교 안의 문제는 뒤로 밀리고, 단일화와 진영 대결, 후보 간 공방이 전면에 놓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단일화 셈법이나 진영 구도에 가려진 후보의 교육 철학과 정책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교육감 선거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교육감은 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는 학교의 모습을 바꾸는 자리다. 학생들이 어떤 지원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배우게 될지는 교육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트루먼 쇼'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은 세트장 끝에 놓인 문을 연다.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가 열어야 할 문도 다르지 않다. 단일화와 진영 대결의 장면을 지나, 누가 학교와 교실, 학생의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누가 교육을 말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치의 소음에 가려진 교육의 목소리를 찾는 일은 결국 투표장에서 시작된다.

2026-05-31 09:33:4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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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뜰폰 시장,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반년에 한 번 더 싼 요금제를 찾아 통신사를 옮기는 일은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번거로움에도 가입자가 몰려 '0원 요금제'까지 등장했다. 통신 3사 요금제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래서 남는 게 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중소업체의 파격적 가격 정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가능했다. 정부는 2010년 당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의무적으로 통신망을 도매로 제공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도매 가격도 정부가 정해왔다. 이후 통신사가 정부에 지불하는 전파사용료를 알뜰폰 사업자에는 전액 면제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정책이 반전됐다. 올해부터 알뜰폰 사업자들도 전파사용료의 50%를 내고, 내년에는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통신망 도매 대가 산정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SK텔레콤이 주도권을 갖고 가격을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사정은 복잡해졌다. 통신망을 재판매하는 중개 사업만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는데, 정책 변화로 비용 부담도 커졌다. 한때 치열하게 경쟁하던 사업자 일부는 재무 악화로 문을 닫았다. 렌탈 플랫폼 등으로 사업 확장에 성공한 몇몇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벽은 통신 3사다. 이들은 알뜰폰 시장 초기에 이미 법인 인수와 자회사를 통해 저가 요금제 수요를 흡수했다. KT·LG유플러스가 2개, SK텔레콤이 1개를 운영하고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40여개 중소업체가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셈이다.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금융 기업과도 사정은 다르다. KB국민은행은 5년간 600억원대 누적 적자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세종텔레콤은 2024년 영업손실 60억원을 내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통신 산업에서 과도한 가격 경쟁의 결과는 정부 개입이었다. 후발 주자를 키우기 위한 정책은 결국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졌다. 보조금 상한선 마련이 골자인 단통법 시행 전에는 '갤럭시 S4'가 5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당시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던 통신3사와 6개월 무료를 내세운 알뜰폰 업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뜰폰을 육성하자던 본래의 취지는 흐려졌고, 더 싼 요금제 중심의 경쟁만 남았다. 결국 정부 정책은 알뜰폰 시장 생태계를 기업의 자생력에 맡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거대 자본력을 가진 대형 사업자들의 생존 방식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2026-05-28 14:37:12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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