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브라질 마라카냥 경기장에서는 축구 참극이 벌어졌다. 2014 FIFA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이 4강전에서 독일에 1-7 패라는 수모를 겪은 것. 당시 전반에만 내리 다섯 골을 꽂아 넣은 독일.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럼에도 파상 공격은 그칠 줄 몰랐고 후반 들어 두 골 더 보탰다. 브라질은 종료 직전 한 골 만회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상대 안방에서 굳이 그래야 했냐는 것. 축구팬들 사이엔 이른바 '양학'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양민학살이란 뜻이다. 브라질은 양민(약체)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앞선 8강전에서 허리 부상 입은 네이마르가 빠진 상태에선 이빨 빠진 호랑이일 수밖에 없었다. 차 떼고 둔 장기랄까. 다만 네이마르가 있었더라도 밀리는 전력이었을 거란 평가가 중론이다. 그 이전 대회 2010 남아공에서는 포르투갈이 북한을 무려 7-0으로 눌렀다. 포르투갈 입장에선 조별리그 골득실 다툼 때문에 그랬겠지만 이는 양학의 전형적 사례로 거론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했다. 누구의 오폭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수의 초등학생이 희생되고 무고한 시민들이 연일 생을 마감하고 있다. 금세 일단락될 것처럼 말하더니, 아니다. 계속 퍼붓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다는 소문, 또 개인 사정이 결부돼 잘못된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는 소문 등이 난무한다. 상대국 최고지도자를 일사천리로 제거했다. 그 이후엔 어떤 다른 목적으로 일련의 사태를 만들어 왔는지 불분명하다. 백악관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전쟁통에서 발을 못 빼고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타의가 맞다면 이스라엘일 가능성이 짙다. 그럼 이스라엘은 상대 진영 초토화시키고 뭘 더 파괴하려는 건지. 이란이란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겠다는 심산인가. 전후 사정이 어떠하든 미국은 이 상황을 자초했다. 상호관세 전쟁을 벌이고 호르무즈 전쟁에 선봉장으로 가담. 이를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이 싸늘하다. 해병·육군이 가세하는 지상전은 자국민도 절대 다수가 결사 반대할 것 같다. 미국은 올여름 월드컵을 개최해야 한다.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선수·관중·시민 안전 문제 등을 건의해 봄 직하다. 네타냐후한테.
2026-03-19 15:03:43 김연세 기자
"왜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위해 수년 동안 보상도 없이 해상 항로를 지켜줘야 하는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말이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이 같은 글을 남긴 것이다. 2026년 3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 등 5개 국가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그의 기본적인 인식을 생각하면 이런 요구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들을 호위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오래 관찰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국내 한 중동 전문가는 "분명히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들에게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사실상의 '예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요구를 들어줘야 할까.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이 이란 핵합의 탈퇴가 없었다면, 중동 긴장 상황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가면서 겁 먹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주식시장 상황을 보며 조마조마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책임전가다. 그런데 아무도 선뜻 응하지 않는다. 20여년쯤 전 이라크 파병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다. 그 시절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예측 불가능하고, 동맹에는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지위를 유지하며 얻었던 지정학적 영향력과 달러 패권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 유지 비용만을 동맹에 전가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다. '경찰 노릇'은 그만두면서도 '통행료는 내라'는 식의 논리로는 동맹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 단순한 논리를 지난해 관세 폭탄 사태를 통해 이미 깨달았다. 미국과 동맹국 간 신뢰가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미국일 수 있었던' 이유도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향한 동맹국들의 망설임과 미적거림은 단순히 국익과 군사적 이익 등을 고려한 판단을 넘어섰다. 이 순간을 통해 우리는 지금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의 권위가 무너지고, 팍스 아메리카나가 실질적으로 종언을 고하는 장면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3-18 15:11:58 서예진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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