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화두가 있다. '단일화'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후보군이 세를 모아야 한다는 논리도, 표가 분산되면 진다는 계산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서울교육의 수장인 정근식 교육감이 이번 진보 진영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붙었다. 일부 후보들은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는 정말 당연한 전제인가. 정 교육감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교육은 정치 논리의 연장이 아니라, 교육 자체의 가치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영 구도에 자신을 가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단일화 불참은 돌출 행동이라기보다 그간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선택이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 공천 없이 치러지는 이유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론 현실 정치의 셈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표가 나뉘면 상대 진영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합리적이다. 그래서 단일화는 늘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현장의 흐름은 더 복잡하다. 서울 지역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위원회는 4일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정근식 교육감은 "신학기 학교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등록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예비후보들은 "민주적 절차 훼손"이라며 반발했고, 일정 연기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하지만 그 책임이 시민의 선택권을 좁히는 방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엇갈린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장기전이다. 그래서 교육을 일러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정권은 5년을 보지만 학교는 10년, 20년 뒤를 바라본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교육감만큼은 정치적 거래가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길 원한다. 정 교육감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다. 과거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도 완전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결과를 단순히 '단일화 실패 탓'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유권자는 진영보다 인물과 정책을 보고 움직였다. 교육감 선거의 성격이 일반 정치 선거와 다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단일화 불참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그 선택을 두고 곧바로 배신이나 분열로 몰아붙이는 것도 옳지 않다. 교육을 정치의 전장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 그 자체는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결국 판단의 몫은 유권자에게 있다. 교육을 정치로 볼 것인지, 교육 그 자체로 볼 것인지 말이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6-02-05 14:40:33 이현진 기자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최근 배포한 소식지에는 이같은 문장이 담겨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피지컬 AI 관심이 급격히 커지며 현대차, 테슬라 등 테크 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로봇을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회사의 경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넘어 선전포고에 가깝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6에서 현대차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전환을 언급하자 이를 둘러싼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노조가 이처럼 불안감을 드러낸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도입에 따른 단순한 자동화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차가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 생산성 혁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노동자는 자신의 일자리도 로봇에게 한순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는 과거 현대차가 걸어온 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울산 공장의 생산 라인 자동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신형 i30를 출시하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라인 자동화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인력 74명을 타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약 한 달간 생산을 중단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현대차가 해외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자 국내 노조는 일찌감치 변화에 대한 협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사측은 고령화된 생산 인력 구조, 숙련 인력 부족, 안전사고 예방 등을 고려하면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제조 현장의 로봇화는 세계적인 변화이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제 테슬라는 고급 모델인 모델S와 모델X의 생산을 올해 2분기 중단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아틀라스를 생산해 올 연말 완성차 생산라인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가 차원의 큰 틀에서 전환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 시대의 고용 안전망과 전환 노동에 대한 보상 등 미래 인간 중심의 로보틱스로의 안정적인 확장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6-02-03 16:00:20 양성운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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