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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혁신의 기회, 경쟁의 과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조회에 나섰고, 업계에서는 시장 집중도와 독과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가 결합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번 과정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해 볼 지점도 있다.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의 성장 측면 역시 함께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거론되는 쟁점은 익숙하다. 데이터 결합에 따른 경쟁 우위, 고객 잠금효과, 시장 집중도 상승, 후발 사업자의 진입장벽 확대 등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두나무가 결합할 경우 기존 사업자들이 느끼는 위협은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이다.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은 이제 막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가상자산과 결제, 투자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플랫폼과 금융의 결합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규제와 우려가 먼저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됐던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투자자 보호와 건전성 확보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 기업이 플랫폼 영향력을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면 당연히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절차다. 다만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경쟁 촉진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산업에 대해 국내 시장만을 기준으로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은 국경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분야다. 시장 경쟁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키우는 일 역시 중요하다. 이제는 두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6-17 14:31:02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동물복지, 기업만 바뀌어라? 소비자 의식도 바뀌어야

지속 가능성과 동물복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식탁 위 현실은 여전히 비좁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달걀의 상당수는 A4용지 한 장 크기(0.05㎡)의 배터리 케이지(공장형 철창 사육장)에서 나온다. 평생 날개 한 번 펴지 못하는 철창 속 고통이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되는 곳이 국내 사육 농가의 현주소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사슬을 끊기 위해 먼저 움직인 건 풀무원이다. 지난 2018년, 브랜드 달걀 시장의 80%를 점유하던 이 기업은 '2028년까지 전 제품 케이지 프리(Cage Free)'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리더의 움직임은 곧 시장의 변화로 이어졌다. 2022년 4.4%에 불과했던 국내 동물복지란 점유율이 2024년 13.8%로 2년 만에 3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어떻게 키웠는가'를 묻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시장의 표준을 바꾸기 시작한 셈이다. 글로벌 동물보호 네트워크(OWA)와 시민사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다음 주자인 CJ제일제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식품 시장을 리드하는 거물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연간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달걀은 약 6억 개로 추산된다. 이 거대한 물량이 동물복지란으로 전환될 때 당장 200만 마리의 암탉이 좁은 철창을 벗어나는 직접적인 구제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당위성만으로 시장을 바꿀 수는 없다. 기업의 결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지불 의사'다. 동물의 권리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배터리 케이지를 벗어나 평사 사육으로 전환하는 순간, 농가는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게다가 평사에서 낳은 계란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줍는 고된 노동력이 추가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계란값과 닭고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실 오늘날의 대형 밀집 사육 형태는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값싼 계란'만을 찾아온 결과물이다. 싼값의 혜택을 누려온 소비자가 동물복지 향상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기꺼이 감내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선언도, 농가의 변화도 지속될 수 없다. "동물복지가 좋으니 기업이 무조건 전량 바꾸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할 성숙한 소비 의식을 갖췄는지 먼저 자문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생명 존중의 가치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었을 때, 생산자 단체와 농가도 비로소 주도적인 변화에 나설 수 있다. 200만 암탉에게 날개를 펼칠 자유를 주는 일은 기업의 결단과 그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소비자들의 책임 있는 연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6-06-16 13:39:42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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