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K배터리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은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로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시제품 개발과 소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도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전고체와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장이 본격 양산 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수율과 가격, 안전성을 갖춘 양산 역량이 향후 차세대 배터리 주도권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전고체 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K배터리 배터리 시장은 그동안 성능을 앞세운 삼원계와 가격을 앞세운 LFP가 각기 다른 영역을 나눠왔다. 삼원계 배터리는 고용량 구현에 유리하지만 열 안정성 관리가 어렵고 LFP 배터리는 제조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고출력·장거리 주행 수요에는 한계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구도를 넘어설 후보로 꼽힌다. 불이 붙기 쉬운 액체 전해질을 고체 소재로 대체하면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배터리 용량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안고 있던 안전성과 성능의 균형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가장 먼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수원 S라인에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운영 중이다. 올해 인터배터리 2026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개했다. 기존 전기차용 각형 전고체 배터리에 더해 로봇과 항공 시스템, 웨어러블 등으로 적용처를 넓히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응용처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는 2029년, 휴머노이드 로봇과 도심항공교통(UAM)용 무음극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무음극 배터리는 음극 활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크게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전기차 등 고에너지 밀도가 필요한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SK온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대전 미래기술원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기반으로 2029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초기 목표 에너지 밀도는 800Wh/L다. 장기적으로는 1000Wh/L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일부 라인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에도 활용된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흑연 음극 대신 금속 리튬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고체와 함께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경쟁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 中, 전고체·나트륨이온에 대규모 투자 중국 업체들도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은 2025년 연구개발비로 221억위안(약 4조9652억원)을 집행했고 누적 연구개발 투자비도 900억위안(약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연구개발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완성차 적용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배터리 기업 칭타오와 공동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2027년 출시할 계획이다. BYD도 2027년 일부 차량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고 2030년 이후 본격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CATL 역시 2027년 소량 생산, 2030년 이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차세대 배터리 경쟁은 전고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중국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분야다. 리튬 의존도를 낮춰 원재료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보급형 전기차와 ESS 시장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저온 성능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어 LFP 이후 시장을 넓힐 기술로 평가된다. CATL은 나트륨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발 앞서가고 있다. 양산 단계에 근접했다는 평가 속에 전기차와 ESS를 중심으로 적용처를 넓히고 있다. ESS 분야에서는 하이퍼스트롱과 3년간 60GWh 규모 공급 협약을 맺었고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승용차 적용도 예고됐다. 업계에서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시제품 단계를 넘어 양산 경쟁 구도로 들어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양산 검증이 승부처…기술 선택도 과제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양산 검증 단계에 있어 국가 간 기술 경쟁의 우열을 가리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 계획과 시제품 공개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과정에서는 수율과 가격, 안전성, 수명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결국 시제품 공개보다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계를 누가 먼저 갖추느냐가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국내 업체들의 선택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힘을 싣는 동시에 중국이 앞서가는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시장 확대 가능성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배터리 경쟁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데는 LFP 시장에서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삼원계 배터리 기술력에 집중하는 사이 CATL과 BYD는 LFP를 앞세워 ESS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다. 기술력만으로는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개발 단계인 만큼 중국이 확실히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가격보다 실제 배터리로서 성능과 안전성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이 가격과 양산 규모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부담이지만 북미 ESS와 유럽, 인도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장은 국내 업체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술 경쟁과 함께 지역별 공급망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현대자동차그룹이 전 세계 생산·조립 거점 확장과 더불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모델의 판매 확대로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 세계 3위, 영업이익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과거 '많이 팔아야 돈을 번다'는 공식을 깨고 고부가가치 차량 위주의 믹스 개선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을 앞세워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수익성 '글로벌 톱 2'에 이름을 올렸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부문에서의 기술력 확보는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기회로 보인다. ◆글로벌시장, 수익성 정점 '영업이익 2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것을 넘어 수익성 부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영업이익 2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2025년 매출은 300조 3954억원, 영업이익은 20조 54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판매량 기준 세계 2위인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약 15조 30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주목할 점은 효율성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27만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898만대)보다 약 170만대 적게 팔았지만 이익은 5조원 이상 남겼다. 영업이익률에서도 현대차그룹은 6.8%를 기록하며 폭스바겐(2.8%)을 압도했다. 그리고 세계 1위 기업인 토요타(8.6%)도 추격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의 비결은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질적 성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중심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 비중을 줄이고 제네시스와 SUV 중심의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에 집중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판매 대수가 전년과 비슷했음에도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 상황에 대한 대응도 눈길을 끈다. 전동화 전환에 집중했던 유럽 완성차 브랜드가 부진에 빠진 사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전환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신차 경쟁력에 하이브리드의 수익성이 더해지며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차 관세 대응도 빛을 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관세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지만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와 재고 조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현대차는 올 하반기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과 투싼 풀체인지를, 제네시스는 GV80과 G80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는 북미 시장 인기 차종인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보급형 전기차 EV2로 승부수를 띄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3.2% 늘어난 750만 8300대로 잡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2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신흥 시장 인도…생산·공급망 현지화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 현지화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핵심 생산 거점인 첸나이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확대와 공급망 현지화, 미래 인재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래 성장성과 비용 경쟁력을 갖춘 인도 시장을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전년(85만433대) 대비 소폭 상승한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57만1878대, 기아가 28만286대를 각각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18.67%를 기록했다. 현대차 12.53%, 기아 6.14%로 각각 4·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해도 인도 시장에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인도에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6만6578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같은 기간 11.6% 늘어난 8만4325대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판매량은 25만903대로 분기 기준 처음 25만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인도 시장을 단순히 판매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전진기지, 미래 기술 연구개발 현지화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인도 공과대학교(IIT) 하이데라바드·칸푸르, 비스베스바라야 국립공과대학(VNIT) 나그푸르, 테즈푸르대 등 4개 대학과 '현대 혁신센터' 공동 연구체계 참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 혁신센터 참여 대학은 기존 IIT 마드라스·델리·봄베이를 포함해 총 7곳으로 늘었다. 현대 혁신센터는 현대차·기아가 인도 기술 및 제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중장기 산학 협력 모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중심으로 인도 전역 7개 대학의 우수 인재들과 총 39건의 산학 연구 과제를 추진한다. 주요 과제에는 인도 시장에 최적화한 배터리 설계와 소재 연구, AI 기반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플랫폼 개발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인도 시장 전략 모델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인도는 고온과 장거리 주행, 혼잡한 도심 교통, 다양한 도로 품질 등 현지 특성에 맞춰야 현지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은 "단순한 계약을 넘어 미래를 향한 공동의 약속"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 학계는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이며 더욱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AI·로봇 등 미래 대응 전환 현대차그룹은 전통 제조기업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피지컬 AI와 모빌리티 혁신으로, 로봇 기술을 통해 생산 방식을 혁신하고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통해 이동 수단의 개념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며, 이 중 50조5000억원을 AI·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한다. 미국에도 260억달러를 투자해 로봇·AI·자율주행 협력을 확대하고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최대 50kg 물체를 들고 정밀 작업이 가능하며, 배터리 교체도 스스로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HMGMA 공장에 시범 투입해 성능을 검증한 뒤 다른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SDV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박사를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선임했으며, 자율주행 경쟁에서는 기술 속도보다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며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대해서 정 회장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다소 늦더라도 안전 중심의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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