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내놓은 지역 맞춤형 경제 공약들이 본격화되면서 외식·주류업계와 플랫폼 시장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라는 거시적 변화와 함께 각 지자체별 소비 진작 정책이 하반기 내수 진작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가장 즉각적인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곳은 식품 및 외식·주류업계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야간경제 상생특구' 조성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홍대, 을지로, 성수, 여의도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그간 행정 규제에 묶여 있던 야외 영업(야장)과 도로 점용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고 심야 소비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국내 주류 시장은 유흥 채널의 침체와 헬시 플레저 트렌드,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 확산으로 구조적인 부진을 겪어왔다. 소버 큐리어스란 '술에 취하지 않은'이란 뜻의 '소버'와 '궁금한'이란 '큐리어스'를 합친 용어다. '술을 꼭 마셔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건강한 삶을 위해 술을 멀리하는 문화를 뜻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월간 음주율은 57.1%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 1000㎘로, 2014년 380만8000㎘에서 10년 새 17.3% 줄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야외 영업 규제가 완화되면 소비자의 상권 체류 시간이 늘어나 맥주나 하이볼 등 업소용 주류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매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반겼다. 다만 소음 및 위생 기준 위반 시 특구 지정을 해제하는 등의 엄격한 제재안도 함께 마련되어 제도권 안에서의 질서 있는 확장이 과제로 꼽힌다. 민간 배달 플랫폼과 대형 이커머스 업계는 야당 단체장들이 대거 당선된 경기·인천·부산 등 광역 지자체의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 공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지역화폐 확대와 함께 경기도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의 고도화를 약속했고,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은 '인천사랑상품권' 혜택 확대와 전통시장 전용 물류 인프라 개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부산의 전재수 당선인 역시 골목상권의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판로 확대를 골자로 한 민생 대책을 추진한다. 이같은 지역화폐 및 공공배달앱의 세력 확대는 할인 혜택과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지역 내 소비를 묶어두는 효과가 있어 골목상권에는 대형 호재다. 반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기존 민간 플랫폼에는 직간접적인 경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플랫폼 업계에서는 공공배달앱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서비스 고도화가 지속되어야 하므로 단기간에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거 공약들이 실제 시장의 모멘텀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예산 확보와 조례 개정 등 행정적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추경을 편성할지가 관건"이라며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경우 외식·주류업계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플랫폼 업계에는 시장 경쟁 구도를 다시 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 진작과 규제 완화가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하반기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유통산업의 지형을 바꿀 핵심 규제 완화 논의가 하반기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로써 선거 기간 표심을 의식해 멈춰 섰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 제한 시간 및 의무휴업일 내 온라인 야간 배송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치적 셈법으로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고착화된 온·오프라인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유통법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14년간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해당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보다 오프라인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역차별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미 국내 온라인 유통 비중은 전체 시장의 60%를 넘어선 상태다. 실제 수치로도 규제의 비대칭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 제한에 묶여있던 기간 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이커머스 공룡 쿠팡의 매출은 2012년 845억 원에서 지난해 49조 1197억 원으로 약 600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 주자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같은 기간 매출 정체와 점포 구조조정,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며 성장 동력을 잃었다. 특히 최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는 대형 악재를 겪고도 올 1분기 매출 12조45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 이러한 독주 체제를 굳히자 정치권과 정부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당정은 오프라인 비중이 높던 시기에 도입된 규제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고,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 해소에 의견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반기를 유통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로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전국 460여 개 점포가 야간 물류 거점으로 전환되어 지역 밀착형 일자리가 대거 창출될 수 있다. 자동화 물류센터 위주의 이커머스와 달리 포장·분류·배송 인력이 지역 기반으로 고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 배송망이 닿지 않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까지 새벽배송 인프라가 확대되어 지역 간 소비 형평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을 잠재울 합리적인 상생안 도출과 지자체별 조례 정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법안 처리가 미뤄질수록 고용 창출과 인프라 투자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국회에서 여야가 속도감 있게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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