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사회는 '전안함 전우'들의 상처를 어루만진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하며 괴롭혀 왔다. 독일과 소련을 상대로 끝까지 항거했지만,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반동분자'로 내몰렸던 '폴란드 국내군'처럼 말이다.
최근에 '저주받은 병사'라는 콘드라 렉키 감독의 영화를 봤다. 1939년 과 1947년, 그리고 현재와 1947년이란 시공간이 혼재된 전개라, 폴란드군의 역사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영화다.
폴란드군은 1939년 9월 1일 서쪽에서 몰려온 독일군과 같은달 17일 동쪽에서 침공을 개시한 소련군에 맞서 싸워야 했다. 강력한 두 침략자 사이에서 폴란드는 비스와강을 기준으로 분할됐다. 영국 망명정부를 따르는 폴란드 국내군 40만명은 저항세력을 구축하며 끝까지 대항했다. 폴란드 조종사들은 영국으로 넘어가 영국본토항공전에서 독일공군과 싸웠다.
하지만 소련군에 인계된 폴란드군 장교 8000명과 경찰 6000명 지식인 8000명 등 약 22000명의 폴란드인이 1945년 4월~5월 사이에 소련의 카틴 숲과 트베리 및 하르키우 감옥에서 비참하게 처형됐다.
전쟁이 끝나자 시민들은 폴란드 국내군을 외면했다. 카틴 숲에서 동료들의 학살을 도왔던 폴란드 공산군의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폴란드 공산군은 자신들의 누이와 아내를 강간한 소련군의 충실한 개였다.
영화에서 폴란드 공산군은 사면증을 발부한다. 이는 '간보기'에 불과했고, 자수를 한 전우를 고문하고 처형했다. 다행히 마지막 장면은 폴란드 국내군 병사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2010년 3월 26일 북한군의 어뢰에 피격된 천안함에 탔던 전우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백령도 인근에서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더 많은 다른 누군가가 희생됐을 지도 모른다. 그런 전우들을 군당국과 정부는오랫동안 패잔병 취급했고, 외상후증후군을 비롯한 그들의 아픔도 모른채 해왔다.
보수·진보 양쪽으로 나뉘어 이용하기만 급급했다. 피격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 오판해, 올바른 초동조치를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환자복을 입은 천안함 전우들과 사진을 찍기는 했다. 민관군 합동조사를 통해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해 졌음에도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진보 정치인 중 일부는 '북한에 의한폭침이 아니라 좌초', '한미연합훈련 중 미군에 의해', 심지어는 망상에 가까운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까지 온갖 억지주장을 펼쳤다. 그랬던 이들이 4.7보궐선거를 앞두고 천안함을 기억하겠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후 2년 동안 천안함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다가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 추모식에 참석했다. 올해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의 참석이었다. 그 마저도 조용하지 않았다.
추모식에 야당의원 참석금지로 시끄러웠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유족의 바로 앞에서 졸고 있었다.문 대통령의 추모가 끝난고 수일 후, 대통력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는 진정인 재조사 요구를 받아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재조사를 기각됐지만, 간보기는 끝이 안났다.
규명위 위원 일부는 재조사 진정 요구도 몰랐고, 국방부는 실무자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재조사 관련 공문을 처리했다고 밝히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 그 사이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당원그룹'에서는 좌초설을 관철하겠다며 천안함 전우들을 조롱하고 있다. 천안함 전우들은 적이 아닌 우리가 죽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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