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3일 신라젠 인수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
-인수전선두 엠투엔, IR 과정서 임상 능력 부풀려
-소유 예정을 소유로, 임상2상 예정을 임상2상으로
신라젠 인수 후보 가운데 '1강'으로 꼽히는 엠투엔이 투자설명회(IR) 과정에서 허위·과장된 내용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한 미국 현지회사를 통해 바이오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췄다는 당초의 평가와 다르게 부적격 사유가 발견되면서 인수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신라젠 인수戰 엠투엔 선두
신라젠은 1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원매자들의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엠투엔, 비디아이, 휴벡셀이다. 각 후보자는 PT에서 인수가격과 향후 경영계획, R&D 능력 등을 발표하게 된다.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은 이르면 다음 날 이뤄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인수 후보 가운데 엠투엔이 유리한 지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한다. 관계사에 리드코프 등이 있어 자금 동원력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엠투엔 최대주주인 서홍민 디케이마린 대표는 한화그룹 회장의 처남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현지 바이오 사업파트너인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신약 개발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엠투엔은 지난해 10월 그린파이어바이오에 총 623만달러(약 71억원)를 투자해 18.69%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임상시험 능력 과장…표기 오류?
하지만 엠투엔이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임상시험 능력이 일부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엠투엔의 그린파이어바이오 관련 IR 자료를 살펴보면 신약후보물질로 GRN-300, GRN-400(Green4Bio), GRN-500을 소유했다고 명시돼 있다. 엠투엔이 신라젠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자료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미국 현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린파이어바이오가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한 보유물질은 GRN-300뿐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 15일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엠투엔은 GRN-300이 삼중음성유방암(TNBC)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립보건원(NHI) 임상시험 등록사이트인 '클리니컬 트라이얼'(ClinicalTrials.gov)을 살펴보면 난소암 관련 임상 1상 환자 모집 중인 연구에만 등록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 계획(IND)을 제출하려는 바이오 회사들은 이곳에 파이프라인 후보 신약물질을 등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엠투엔 관계자는 "GRN-400은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GRN-500은 인수를 준비 중이다. IR 당시에는 곧 인수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수 검토가 완료된 만큼 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표기상의 오류가 있었다는 항변이다. GRN-300에 임상 2상에 대해서도 "GRN-300은 난소암에 대한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것이 맞다"고 답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 논란
안개 속을 헤매는 인수전이 계속되며 소액주주들의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모두 17만4186명이며 주식 수는 총 6625만3111주(지분율 92.51%)에 달한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거래소가 나서 신라젠의 인수기업을 공정하게 선정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은 게시 이후 이틀간 165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특정후보자가 뒤로 신라젠 경영진을 만나서 협의했다는 등 혼탁하고 걱정스러운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며 "신라젠을 되살릴 기술력과 도덕성을 가진 인수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사전 모의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주상은 신라젠 대표이사가 "엠투엔과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내비쳤다는 증언이 나온 것. 엠투엔이 신라젠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최근 개최한 IR에서다. 특정 인수후보자의 IR에 참석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면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하게 능력을 판단해야 할 신라젠 경영진으로선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IR에 참여했던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엠투엔으로부터 주상은 대표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니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여러 차례 받았다"며 "소개해준 브로커가 그 자리에 갔는데 주 대표가 엠투엔과 손을 잡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괜히 투자에 참여했다 나중에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엠투엔이 제시한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임상 능력에 의구심도 들어 투자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엠투엔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엠투엔 고위 임원은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 주상은 대표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라젠 역시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라젠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서로 회사를 차지하겠다고 거짓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고 일축했다. 엠투엔의 과장된 파이브라인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라며 "인수과정에서 흑색선전이 난무하다 보니 회사가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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