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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코로나시대 뉴노멀 2.0] 금융의 틀을 깬다

디지털플랫폼이 경쟁력

(왼쪽부터)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취합

금융사들이 '금융'을 지우기 시작했다. 금융을 지운 자리에는 '디지털'과 '데이터'를 채워넣었다. 고객에게 선택받는 단 하나의 금융플랫폼이 되지 못한다면 마이데이터 사업과 종합지급결제업 허용 등 새로운 사업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플랫폼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일하는 방식부터 상품,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각오다.

 

◆디지털 플랫폼이 경쟁력…페이 전쟁

 

신한금융그룹은 이달 경기도 판교에 그룹의 디지털혁신플랫폼 개발 조직인 '토탈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TODP) 추진단'을 발족했다. TODP 추진단은 생활서비스와 메타버스 등 폭 넓은 비금융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인 개발 및 지분투자·인수합병(M&A)을 병행하며 디지털혁신 플랫폼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TODP 추진단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달라"며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금융의 경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 나가자"고 말했다.

 

간편결제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신한금융은 기존 신한카드의 '신한페이판'을 업그레이드해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인 '신한페이(Pay)'를 내놨다. 신용·체크카드 결제 및 계좌결제, 선불결제 등을 활용해 신한카드의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디지털변화 전략에 맞춰 신한페이를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카드 1위 사업자의 결제 인프라와 은행·금투 등 그룹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간편 결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연초부터 금융플랫폼 혁신을 통한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해 왔다. 그룹 통합형 플랫폼 구축도 진행 중이다.

 

KB금융 이환주 부사장(CFO)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700만 고객을 확보한 스타뱅킹 앱의 편의성을 연결하기 위한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룹내 전 서비스를 연결하는 그룹 통합형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해선 이미 지난해 10월 KB페이를 내놓으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기존 국민카드의 신용·체크카드 기반 스마트폰 간편결제는 물론 국민은행 계좌결제와 상품권 및 포인트 결제,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 결제 등도 지원한다. 특히 KB페이 앱 내에 삼성페이와 같이 카드를 등록해 오프라인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인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함께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플랫폼 기업 주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마이페이먼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구축되는 플랫폼은 우리은행 계좌나 우리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다른 금융사 고객까지 이용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간편결제 시스템 원큐페이 개발을 시작했다. 결제 기능 외에도 신용카드 혜택을 신청하고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디지털 고객센터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NH농협금융은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올 디지털(All-Digital)' 구현을 목표로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NH농협금융 손병환 회장은 제2차 DT추진최고협의회를 열고 "플랫폼 경쟁시대에 고객으로부터 최종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 눈높이에 맞춰 우리의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상품, 서비스 등 마케팅 전반에 이르는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이데이터, 금융·비금융 장벽 허문다

 

궁극적으로 향후 금융사들의 격전지는 마이데이터다. 금융플랫폼과 OO페이 등으로 데이터가 쌓였더라도 제대로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쓸모가 있는 셈.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 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자산관리를 비롯해 신용등급 관리, 대출, 금융 중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단 얘기다.

 

마이데이터 본인가 28개사. /금융위원회

현재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받은 곳은 총 28개사다. 은행 5곳을 비롯해 여신전문금융회사 6곳, 금융투자, 상호금융, 저축은행 각 1곳, 핀테크 14곳이다.

 

오는 8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은행권에서 자산관리 플랫폼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면서 마이데이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 고객 개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춘 재무관리 솔루션을 고도화한 통합자산관리 플랫폼 '마이 자산'의 리뉴얼을 안내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월 자산 관리 앱 'KB마이머니'를 통해 마이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신용·자동차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더불어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도 기존 플랫폼의 자산관리 기능 고도화 작업에 들어가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플랫폼 강화뿐 아니라 외부 협업을 통한 우군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금융권 간의 협업을 넘어 비금융사의 데이터를 결합해 산업 내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SK텔레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GS리테일, 부동산114, 홈플러스 등과 힘을 합쳐 데이터 동맹을 결성했다.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보유한 데이터를 한 데 모아 향후 모든 데이터를 수집·결합·분석·유통하는 '민간 데이터댐'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금융도 교보생명, 한화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나이스평가정보 등과 금융 데이터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데이터 융복합을 통해 금융 산업 내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넘어 생활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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