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국내 해운업계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산업은행 섣부른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당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해운업은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상선(현 HMM)과 합병도 시도했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세계 7위 규모의 해운사가 결국 문을 닫았다. 문제는 최근 쌍용차를 대하는 산업은행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진해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한진해운은 조수호 회장이 2006년 타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해운업 불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이 오기 시작했다.
해운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급감과 운임 폭락이다. 여기에 IMF 체제 이후 우리 정부의 '200% 부채비율 룰'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축소하라는 규정때문에 해운업체들이 갖고 있던 배를 대부분 팔고, 빌려쓰게 되면서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장기 계약'이 문제가 됐다. 선사간 운임 출혈 경쟁으로 운임은 낮은데, 용선료와 선박금융이 계속 불어나니 이윤이 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고 조양호 회장은 2년여전인 2014년 위기의 한진해운을 맡아 한진그룹 자회사로 편입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한진해운 정상화를 이룰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경영권 인수 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2500억원을 빌려줬다. 조 회장 취임 이후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200억원가량의 영구채 매입 등으로 1조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세계 각국 업체들은 선박 발주 등을 통해 컨테이너 운반 경쟁을 벌이면서 운임은 갈수록 낮아졌다. 비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박 대형화 경쟁도 심해져 용선료(배를 빌린 이용대금) 부담도 커졌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규모는 2015년 1조1000억원, 2016년 9288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2016년 4월 한진해운 경영권을 채권단에 맡기고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용선료를 기존보다 30~40% 인하하고 사채권자 채무 조정을 진행했지만, 워낙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어 협상이 더뎠다. 한진해운은 최소 6500억원 규모의 부채를 해결해야 했던 탓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국내 해운사 중에 선복량 1위 기업은 HMM이 자리하게 됐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는다. 한진해운의 자금요청을 거부했던 산업은행이 HMM을 살리기 위해 2조원이 넘은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2016년 파산 전 한진해운은 세계 시장의 3%를 차지했는데 현재 국내 업계 1위 HMM은 한진해운의 능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의 해운 경쟁력은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 운송 서비스 수출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7%에서 2019년 2.6%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운송 서비스 수출 순위도 세계 5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결국 정부는 부랴부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까지 해운 매출 51조원, 지배선대 1억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20만 TEU를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HMM 등 총 49개 선사에 4조2830억원을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대해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국가 경쟁력은 물론 최근 발생한 해운 대란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산업은행의 판단에 대해서는 아직도 업계에서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한진해운의 파산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지원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계 지원을 산업은행이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금은 기간산업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2016년보다도 실적이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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