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재계가 또다른 팬데믹으로 신음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ESG 의무화, 플랫폼 규제 등 기업 규제다. 어렵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모처럼 미래 경쟁력 확보를 본격화했지만, 고강도 규제에 가로 막혀 또다시 생존을 우려해야할 처지가 됐다. 메트로신문은 3편에 걸친 <규제 팬데믹> 시리즈를 통해 주요 규제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규제> 전문>
'일감 몰아주기' 공포가 또다시 재계를 뒤엎고 있다. 올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한 규제 강화가 예정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육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 규제가 자의적이라 대응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 4개 고시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에 돌입했다.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 개정안'과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그리고 이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 추가 등이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이다. 매년 1회 공익법인과의 내부거래 현황 공시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상장 계열사 기준을 총수 일가 지분 30%에서 20%로 하향하는 내용이다.
이에 해당하는 계열사는 600여개, 삼성뿐 아니라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도 10개 이상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렵게 극복해냈지만, 6개월 이내에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지 않으면 과징금 철퇴를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는 현실적으로 이같은 조치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불과 6개월 안에 계열사 지분을 축소하거나 아예 매각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자칫 섣부른 지배구조 개편을 하다가 외국 자본에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현대차는 일찌감치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가, 경영권 공격을 받은 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경영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간 시너지 효과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기업을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미래 먹거리 투자와 상생까지도 어려워진다. 재계는 최근 스타트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지분 20%를 넘기면 대기업 집단으로 편입해야하는 문제로 적극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아쉬움이 크다는 후문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7일 '공정거래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거시적·전략적 관점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제도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가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생존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위해서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적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계열을 분리한 친족 계열사와 새로 설립한 회사에까지도 3년간 점검하겠다며 친족분리제도도 강화했다.
특히 삼성웰스토리 제재는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를 남용할 수 있는 사례로, 재계에 공포감을 증폭시켰다. 삼성웰스토리가 삼성물산 지분 100% 자회사인데도 계열사들에 234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부과한 것.
공정위는 모회사인 삼성물산 이익을 극대화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부당한 배당을 챙겨줬다고 보고 있지만, 삼성물산영업이익에서 웰스토리 비중은 평균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후 현대 그린푸드와 SK 후니드 등 총수와 사촌이나 오촌관계 급식회사들까지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관계자들은 사내 급식이 사실상 직원 복지 중 하나로, 경쟁이 불가능해 외부 업체에 수주를 주면 오히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경제 성장에 핵심 열쇠 중 하나였던 '수직 계열화'도 문제다. 그룹사 대부분은 주력 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새로 설립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이미 시너지 효과가 크게 감소했고, 앞으로는 내부 거래를 더 하기 어렵게됐음은 물론 다시 되팔아야할 우려까지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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