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 식당은 구직자들도 관심을 기울일만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지방 공장은 점심 시간 캠퍼스를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구내 식당 밥맛은 직원들에 근로 의욕을 높이고 애사심을 갖게 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오는 역할까지도 한다.
오래 전부터 삼성 공장 밥은 싸고 좋기로 유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비건'까지 고려한 다양한 메뉴, 외부 식당보다 나은 맛으로 자랑거리기도 했다. 회사가 직원들을 회사에 묶어놓으려는 음모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이제는 옛날 얘기다. 삼성은 최근 내부거래 문제로 웰스토리를 대거 퇴출시켰고, 수많은 직원들은 이제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됐다. 당장 반응은 나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식사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식수가 크게 줄어든데다가, 경영진의 특별 관리도 불가능해지면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 필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정거래위원회 주장처럼 '공정'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74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삼성물산에 배당한 돈은 500억원으로, 삼성물산 당기순이익(1조1607억원)에서 4.3%밖에 안된다. 삼성웰스토리가 삼성 오너 일가의 '캐시카우'였다는 주장이 웃음거리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히려 법을 잘 지킨 일부 회사들 사이에서 급식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임원과 직원 식당을 차별한다는 의혹이 기정 사실화됐던 상황, 최근에는 급식 단가에 비해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주장이 확대되면서 급식 담당자가 사내 커뮤니티에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직원들이 청와대 청원을 올리는 등 공정위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도 대기업 급식업체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웰스토리와 같은 제재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너와 관련 업체이긴 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높지 않고 오너 수익도 거의 없어서다. 급식 질에 비해 단가가 높다는 지적은 주관적이라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대기업 급식 논란, 결국 승자는 아무도 없다. 삼성 직원들은 맛있는 밥을 뺏겼고, 경영진은 또 불필요한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앞으로도 급식에 불만이 있던 회사 직원들은 '공정한' 밥을 먹어야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의 수익을 챙기던 급식 업체도 공정하게 배를 불릴 수 있다. 아, 재벌을 무릎꿇린 공정위와 정계 및 일부 단체에는 큰 업적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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