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할 만큼 해봤다. 실패도 많았다. 그랬더니 이제야 쇼핑을 좀 알 것 같다.”
쇼핑에 있어선 제아무리 유행에 빠른 20대라도 30대의 눈썰미와 씀씀이를 넘지 못한다. 최근 드라마 주인공으로 활약 중인 탤런트 김남주·고현정·김혜수가 ‘대표 언니’들이다. 이들이 입는 옷, 신는 구두, 드는 가방에 여성들의 시선이 팍팍 꽂힌다. 30대가 20대의 스타일 아이콘이자 패션 교과서로 트렌드를 리드하는 셈이다.
유통업계가 구매력까지 높은 30대 여성을 주목하지 않을 리 없다. 특히 여성들을 주고객층으로 하는 홈쇼핑업계가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에 있는 여성들을 공략하며 함박웃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신을 위해 똑똑한 소비를 하려는 30대 여성들은 남들과 다른 제품력으로 승부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이너 제품을 선호한다.
CJ오쇼핑은 최근 30대 여성들을 겨냥, 프랑스 디자이너 쟝 뤽 암슬러가 아트 디렉팅을 맡은 가방브랜드 ‘럭스 앤 버그’를 론칭했다. 결과는 대성공.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2000세트가 매진되며 8억원에 가까운 매출 기록을 올렸다. 이날 구매 고객의 40% 가까이가 30∼39세 여성이었다. CJ오쇼핑의 최요한 차장은 “직장 여성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가격을 30만원대로 낮추고 들고 다니기 편하게 소재와 색상을 고른 것이 주효했다”며 “이들 ‘골드 미스’ ‘슈퍼 미시’는 20대 여성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큰손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말했다.
GS샵은 정욱준 디자이너의 제품으로 30대 여성의 지갑을 열고 있다. 올 가을 방송한 ‘론 W’의 트위드 슈트는 30분 동안 5000여 장이 팔려 단시간에 8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심플하면서도 엣지 있는 디자인이 남다른 데다 재킷·풀오버·배기팬츠까지 코디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제안해 호응을 얻었다.
현대홈쇼핑이 2일 소개한 슈즈디자이너 이보현의 ‘슈콤마보니 부츠’ 또한 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부분을 적용했다. 디자인은 트렌디하게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따지는 특징을 감안해 굽 높이는 부담스럽지 않은 6cm로 다듬었다.
현대홈쇼핑의 손현호 MD는 “30대 직장 여성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동시에 활용성이 뛰어난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디자이너 제품은 이들이 TV를 시청하기 편한 평일 밤 시간대에 편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