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이라는 문구가, 공표 이후 24시간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 퇴색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레바논 영토에 맹폭을 가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기는커녕 돌아서 진·출입하라는 등 계속 틀어막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건 페르시아만 주둔 미군 병력의 철수 요구를 일축했다. 중동 사태가 여전히 가시밭길에 놓여 있음을 방증하는 단 하루, 일련의 사건들이다. 게다가 이란 정치권 내 강경파는 전쟁을 멈추지 말았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항전 의지가 건재함을 자국민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남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전투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손가락을 방아쇠에 얹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발언은 이스라엘방위군의 레바논 공습 직후 공개됐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다수의 주요지역이 일시에 공격받아 최소 182명이 숨지고 89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은 10여 분 만에 베이루트 도심을 비롯해 레바논 남부, 동부 베카계곡 등을 집중 타격했다. 보건부는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이달 7일까지 자국민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각각 1739명, 5873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휴전 범주에 레바논 전장도 포함됐다고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세력 레바논 헤즈볼라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이란 측 성명도 나왔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레바논 공격을 즉각 중단하지 않을 시 후회하기에 충분한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합의된 휴전안에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이 들어 있다며 향후 협상을 이어갈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란은 기뢰 위험성을 들어 우회 항로를 제시했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란 항만당국은 8일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혁명수비대 해군과 협조해 대체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페르시아만 전쟁 상황과 호르무즈 해협 주요 해로에 대함 기뢰가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적은 글에서 "미군 함정과 항공기, 병력, 탄약, 무기체계는 진정한 합의를 거쳐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이란과 그 주위에 그대로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의외로 발언 수위를 낮췄다. 그는 "그럴(파상 공세를 재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어떤 이유로든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그 즉시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더 강력한 방식의 포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11일 시작으로 파키스탄에서 미-이란 간 직접 협상이 예정돼 있다. 이 와중에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한테 설득당해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백악관 참모진 중 일부의 전쟁반대 의견 등을 소개했다. 4월21일까지 교전을 멈춘다는 합의에도 불구, 미궁으로 빠져드는 서아시아 상황에 국제유가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9일 오후 3시20분(한국시간) 기준 북해산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2.23% 오른 배럴당 96.86달러에 거래됐다. 미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97.47달러로 2.27% 뛰었다.
수도권 청년층을 겨냥한 신종 불법 사금융 조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명 '이실장'으로 불리는 온라인 사금융 조직이다. 경찰은 해당 조직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사건을 맡아 전국에서 접수된 피해를 통합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피해 신고가 급증하자 소비자경보 '경고'를 발령했다. 신고 건수는 지난해 9월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33건으로 급증하며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조직의 핵심은 '초단기·초고금리' 구조다. 대표적인 방식은 이른바 '30/55 대출'이다. 30만원을 빌려주고 단 6일 뒤 55만원을 상환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원금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갚아야 하는 구조로, 사실상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조건이다. 범행 방식도 조직적이었다. 대출 모집, 실행, 추심을 역할별로 나눠 운영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청년층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평균 대출 금액은 약 100만원, 기간은 10일 남짓으로 짧았지만 생활비나 기존 채무를 막기 위해 이용했다가 더 큰 빚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대출 이후였다. 이들은 신청 과정에서 확보한 신분증 사진과 가족·지인 연락처를 협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상환이 늦어지면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거나 욕설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불법 추심이 이어졌다. 단순한 금융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 관계까지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고 관련 전화번호 사용 중지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경찰 역시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배후 세력까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과거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것처럼, 이번 '이실장' 조직 역시 온라인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 범죄로 주목된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청년층을 정밀하게 노렸다는 점에서 피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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