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에 가시가 많아 ‘가시오갈피’라 했고, 잎이 손가락 모양처럼 5개로 갈라져서 오가피(五加皮)라 부르는 이 나무는 인삼을 능가하는 탁월한 약효가 입증돼 약재와 차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산그늘 계곡에서 잘 자라는 낙엽관목으로 봄에 피어나는 잎을 채취해 말린 후 티포트에 넣어 우려서 마시는 잎차도 있다. 뿌리와 껍질을 벗겨 볕에 말려 푹 달여 마시는 오가피차와 껍질을 말려 가루로 만든 오가피 가루차도 있다. 여기다 늦가을 열매를 따서 설탕에 절여 마시는 열매진액차도 있다. 특히 까만 열매는 민간에서는 추풍사(追風使·중풍을 몰아내는 사자)라고 할 만큼 중풍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뿌리·줄기·잎·열매·꽃 모두 약재가 되는 오가피의 가치를 ‘본초 강목’에서는 ‘한 줌의 오가피가 한 마차의 금옥보다 값지다’는 말로 표현한다. 수천 년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켰던 오가피의 효능은 종갓집 가정상비약이기도 했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 마을을 대표하는 종갓집 종부인 박종혜(78) 할머니는 가시오가피 열매를 따서 씻은 후 물기를 빼고, 열매와 동량의 설탕에 재워 두었다가 진액이 생기면 물에 타 마신다. 이 열매차는 이 가문의 중풍예방차로 대대로 전해 오는 비법이라 했다. 열매를 햇볕에 바짝 말려두었다가 팔다리가 아플 때는 말려둔 열매 한 줌과 대추 3개를 넣고 물 1ℓ를 부어 검으스레한 차색이 나도록 끓여서 꿀을 타 마시기도 한다. 독특한 향기가 있지만 맛은 평이해서 누구나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충남 천안시 풍세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강병석씨는 3년 전부터 가시 오가피 열매진액과 말린 열매를 판매하고 있었다.
/meorukim@hanmail.net 대전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