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오스트리아 소아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는 새로운 정신 발달 장애를 발견했다. 이 질환은 그의 이름을 따라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이 질환을 자폐증의 일종으로 봐야 하는지 별도의 발달 장애로 분류해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10살인 토머스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얼마 전엔 귀신이 나오는 벽난로와 외계인에 납치되는 남자를 소재로 글을 썼다. 토머스의 아버지인 벤 흄은 “토머스가 놀라운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 수준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어휘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말했다.
토머스는 이렇게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선생님의 지시 사항이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학교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학교에서 전 특별한 스티커를 받아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잘 따라 하면 점수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잃는 스티커예요. 그리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침묵의 시간’도 있어요”라며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말이 어눌하거나 특이한 어법을 쓰고,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전형적 자폐와 달리 세 살 전에 사회성을 제외한 인지능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뉴저지주 JFK 병원에서 소아신경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게리 맥아비 교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가장 진단하기 어려운 정신 발달 장애”라고 설명했다.
맥아비 교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대인관계에 서툴러 고립돼 지낸다거나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눈에 띄는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자폐아와 달리 인지능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가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을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경우 약간 괴짜 같은 행동을 하는 건지 질병을 앓고 있는 건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실 토머스와 같이 뛰어난 어휘력을 가지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은 종종 ‘꼬마 교수님’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농담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건 어려워 한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거나 얼굴 표정을 읽는 일에도 서투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비롯해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얼마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2∼2006년 미국 아동 가운데 자폐증 발병률은 27%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의료 안내서 발간을 앞두고 있는 미국 의료계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별도의 발달 장애가 아니라 자폐증의 한 형태로 분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특이 사항이 있긴 해도 큰 맥락에서 볼 때 결국 자폐증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분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될 거라고 흄은 말했다. 그는 “토머스와 같은 아이들을 자폐아로 분류할 경우 이들이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치료나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트로 인터내셔널=엘리자베스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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