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이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뮤지컬이 공연 중이다.
가정의 불화로 16살 때 집을 나온 프랭크는 남을 속이는 타고난 재능과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악하고 이용하는 능력으로 완전 범죄를 저지른다. 항공기 조종사로 꽃다운 승무원들의 관심을 받는가 하면, 위조지폐를 발행해 아쉬울 것 없이 산다.
프랭크의 범죄 행각은 일탈의 흥미를 자극하고 악당을 응원하고픈 심리를 품게 한다. 게다가 가짜로 살아가는 프랭크의 외로움이 은연 중에 드러나면서 동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영화에서는 천재적인 사기꾼 프랭크와 순진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FBI 해너티 요원의 경쟁과 우정이 부각됐다. 뮤지컬에서도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다운 쇼적인 요소가 부각된다.
단순히 볼 거리를 위해 쇼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극은 프랭크가 해너티 요원에게 잡히는 순간부터 시작하는데 프랭크는 거짓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쇼라고 말하며 자신의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과정을 쇼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쇼다. 프랭크와 그의 부모, 해너티 형사를 제외하고는 남녀 코러스들이 앙상블로 등장해 화려한 춤으로 무대를 채운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서는 쇼 자체가 화려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앙상블들 수준이 평균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쇼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 뛰어난 기량이 필요했다. 프랭크의 삶이 함의하는 무게가 가볍지 않은데도 B급 유머로 일관하고 있어 그런 유머 코드가 맞지 않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반감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 프랭크 역에는 엄기준과 슈퍼주니어 규현, 박광현, 김정훈, 사이니의 키 등 무려 다섯 명이 캐스팅됐다. 멀티 캐스팅이 비교하는 재미를 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상대적으로 일정한 작품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닌다.
프랭크의 여자 친구 브랜다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소녀시대 써니는 예상 외의 호연을 펼친다. 6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