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의 초반 열풍이 잦아들고 있다. 초반 열기에 휩쓸리지 않은 잠재 고객들이 상품을 꼼꼼히 따지면서 이른바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재테크전문가들은 재형저축이 저금리 환경에서 그나마 괜찮은 상품이어서 증가폭은 줄어도 가입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재형저축은 출시 첫 날에 29만 계좌를 시작으로 첫 주에만 55만 계좌를 넘었지만 둘째 주는 29만여 계좌, 셋째 주는 21만여 계좌로 증가폭이 줄었다. 3주 만에 신규 가입이 하루 평균 4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재형저축 가입 계좌는 모두 135만4709개(28일 기준)로, 당초 추산한 가입 가능고객 900만명이 한 계좌씩 거래를 한다고 가정하면 약15% 수준의 가입률이다.
초반 열기가 식은 이유는 현재 은행들이 내놓은 상품들 대부분이 3년 후에는 시중금리가 반영될 변동금리라는 사실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고 4.6%에서, 2%대의 시중금리로 낮춰 적용받게 되면 '목돈 마련'이라는 기대가 꺾일 수밖에 없다. 또 3년 후 해약하면 원금과 기본 금리는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재형저축의 최대 장점인 비과세혜택은 사라지는 것이어서 선택이 쉽지 않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3년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데, (은행들이) 잡은 물고기에게 좋은 먹이를 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를 낮출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의미다. 이어 "7년 동안 돈을 묶어 놓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며 "과거 유행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유지가) 가능했지만 (재형저축은) 이마저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초반 열기가 식은 것일뿐 가입고객은 꾸준히 늘고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5년까지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건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가입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는 저금리 시대에 이 정도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전처럼 돈을 굴려서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비과세 혜택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형저축 가입을 고려한다면 두 계좌 이상 가입하는 '분산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출시되기 시작한 제2금융권 재형저축상품이나 4월 출시 될 재형저축보험 등도 검토해 보라고 조언한다.
재무설계센터 리더스리치 관계자는 "두개 이상의 재형저축에 가입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혹시 모를 자금이 필요할 때 그중 낮은 상품을 해지하고 나머지 상품은 만기까지 가져갈 수 있고, 금리변동 시에도 더 나은 상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사망에 대한 보장이 더해진 재형저축보험 가입도 고려 대상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상품을 설계 중"이라며 "기존 저축성보험이 10년 만기로 비과세 혜택을 받았던 것에 비해 재형저축보험은 7년 유지이고, 해약을 안 해도 중간에 돈을 찾을 수 있는 '중도인출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18개 저축은행도 지난 26일부터 재형저축 판매에 나섰다. 여기에 30여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재형저축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경기도 세람저축은행은 우대금리까지 포함하면 연5%의 금리를 제시했다. 하나(4.9%), KB(4.8%), 모아(4.8%), 드림(4.8%), 공평(4.8%) 등은 연4% 후반 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