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셋값이 가파른 고공행진을 잇는 가운데 전세시장이 점차 위축되며 사라지고 외국처럼 월세형 임대시장이 일반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임일섭 실장은 지난 14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세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 하에 유지될 수 있는 제도"라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중장기적으로 전세제도가 소멸하고 월세 형태로 대체될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전세 1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연 6.7% 정도의 수익률을 올린다"며 "집주인으로서는 목돈을 그대로 두는 전세나 연 2.6% 수준인 은행 예금보다 월세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는 저성장 국면이 길어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엇갈렸다. 주택 매매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이 별로 없는 세입자들은 목돈이 있더라도 주택 구매를 미루고 전세를 선호한다. 반면 그동안 전세를 놓던 집주인들은 더 나은 수익을 좇아 앞다퉈 월세로 임대 형태를 전환한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몰리면서 전세시장은 위축되는 가운데 전셋값만 치솟고 있다.
그는 "제도의 관성을 고려할 때 전세제도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겠지만 세입자가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내는 '반전세' 등의 과도기를 거쳐 앞으로는 월세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의 역할과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세시장 소멸에 대비해 임대주택을 대신 공급하는 대안적 존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주택 여러채를 보유하고 임대시장의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하던 주택투기자들이 사라지면 공공 임대주택이나 민간회사의 장기임대주택 등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촉구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지금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며 "주택 보유자들은 90년대 중반 등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셋값은 상승하면서 전세제도 소멸 주장이 나왔다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관련 논의가 쑥 들어갔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